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이 경기 불황 속에 최신 공정 향상을 위해 과감한 ‘선제 투자’를 단행한다.
인텔은 10일(현지시각) 오리건·애리조나·뉴멕시코 등 미국 내 반도체 공장에 32나노미터 제조 공정을 조기에 도입하기로 하고 앞으로 2년간 7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9조8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70억달러는 인텔이 신공정 도입에 투자한 금액 중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인텔은 65나노에서 45나노 공정으로 전환할 때 50억달러를 썼다.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는 “32나노 반도체 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투자 금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투자 결정은 극심한 불황으로 전 세계 모든 업체가 투자를 줄이고 대규모 감원을 하는 사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로 선도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경쟁사인 AMD와 공정기술 격차도 더 벌릴 방침이다. AMD는 65나노에서 45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는 중이며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32나노 공장의 생산 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디지털 세상의 근간을 이룰 것이며 우리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32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칩을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이다. 코드명이 ‘웨스트미어’인 이 칩은 데스크톱PC와 모바일 메인스트림 시스템에 우선 적용된다.
인텔은 지난달 전 세계 5개 생산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 측은 “폐쇄 공장은 노후된 시설을 가진 곳들”이라며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32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시설에서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이번 설비 투자로 7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은 해외 매출이 전체의 75%를 차지하지만 반도체 총생산량 중 75%가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인텔의 대규모 투자 소식을 미리 전해 듣고 지난 9일 저녁(현지시각) 오텔리니 CEO에게 손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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