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을 거쳐 창출된 무형자산은 기업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연구개발은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과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 넣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과학자들은 연구개발을 공개적이기보다는 비공개적으로, 협력보다는 독자적으로 수행해 왔다. 비밀과 연구영역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협력 자체가 어려웠고, 협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공식적 조직을 통해 추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 신기술 융합, 연구개발 비용 상승 등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산학연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신성장동력원을 개발할 때 우리 회사가 개발할 것과 다른 회사와 협력할 것,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협력, 정부 지원 등의 문제를 고민한다.
혁신은 여러 행위자와 기관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양한 상호작용의 결과다. 최근 산업구조는 한 업체가 독점할 수 없는, 승자독식 원칙이 적용되기 힘든 구조로 이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주체가 모여 변화를 도모하는 개방형 혁신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개방형 혁신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지식재산의 창조, 보호, 권리화, 활용과 같은 창조된 지식을 지키고 순환하는 제도 보완에 힘쓰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 걸맞은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고 수행할 인적자산은 매우 빈약하다. 한 기관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약 80%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매출액 100억원 미만, 종업원 수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지식재산 전담인력은 평균 0.55명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7년간 1건 이상의 특허를 등록한 국내기업은 전체 기업의 3.6% 수준이며, 제조업에 한정해도 1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식 생산의 원천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사회가 지식 창출뿐만 아니라 활용하고 확산시킬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주범을 ‘기술경영(MOT)의 부재’로 규정,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대학들은 토지·건물·설비·현금과 같은 유형자산을 만드는 교육을 줄이고 기술과 노하우, 특허, 상표의장 등 브랜드와 같은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는 종업원이 가진 실천적 지식과 같은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는 교육까지 들어 있다.
양질의 MOT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계단을 오르듯 체계적인 지식을 하나하나 순서에 맞춰 가르치기보다는 현실 문제와 그에 대한 대처방법을 깨닫도록 하는 현장중심형 접근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 한계효용, 수요곡선, 공급곡선, 가격의 균형점처럼 종래의 미시경제학의 단계적인 이론습득이 아닌 ‘왜 오일가격이 급등하는가’ ‘왜 바이오 연료를 늘리면 빵의 가격까지 오르는가’와 같은 현실 문제를 다루도록 해야 한다.
공학도에게만 기술개론, 기술예측, 특허 및 발명교육 등을 가르치는 시대는 지나갔다. 경영·법학도에게만 마케팅, 재무관리, 지식재산권 등을 가르치는 시대 또한 지나갔다. MOT 교육을 기반으로, 지식기반사회에 걸맞게 창의적이고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일꾼을 양성하는 것은 대학과 교육자의 사명이자 실천해야 할 과제다.
김춘호 건국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기술경영학과 교수) c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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