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개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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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외풍이 일면 태풍 맞는 섬사람처럼 위기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얘기가 ‘기술개발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연구원 현장에서 있는 나는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30여년 연구원 생활 동안 수행했던 연구실험은 많았지만 결과가 성공적으로 산업계에 이어져 외화 획득에 기여한 것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업계에서 수탁받아 수행했던 ‘폴리에스터 필름 개발’이다. 당시 합성된 결과물이 고점성 물질이라서 플라스크에서 꺼내려면 수입해온 아까운 플라스크를 깨야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손실을 감수했던 연구는 마침내 성공해서 선진국 기술을 능가하는 마그네틱테이프 원료로서 미디어 산업의 큰 발전을 가져왔다. MP3플레이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밀려 수요가 줄어든 상태니 어느 분야든 ‘영원한 지존’은 없을 듯 싶다.

 요즈음 KIST에는 중국·아프리카·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함께 실험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분단으로 작아진데다 자원마저 풍부하지 않은 우리가 짧은 시간 내에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은 ‘기술개발의 힘’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나는 그들의 생활을 보면서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개발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된 표현으로 ‘기질’ 이라고 할까. 짧은 시간이지만 결과를 찾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드는 개발의 힘, 그것이 땅덩어리가 넓고 자원이 풍부한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에게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개발의 힘’을 국가와 사회가 다시 요구하고 있다. 실험실의 시약 냄새와 플라스크 속에서 돌아가는 교반기의 임펠러 소리를 난타 공연의 땀냄새 섞인 신명나는 분위기처럼 느끼며 사는 우리들. 30여년의 생활이 뿌듯하다.

한흥구 KIST 에너지메카닉스연구센터 박사, hanhg@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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