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4일,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한국 최대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tistory.com)의 중국에서의 접속이 차단됐다.
티스토리 운영 주체인 다음은 다양한 루트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으로 그동안 중국에서 접속이 불가능했던 블로거, 중문판 위키, BBC 중문 사이트를 비롯한 외국 사이트와 홍콩 명보나 중국시보에 대한 차단이 잠시 풀려 있었던 시기여서 더 큰 충격을 던졌다.
중국의 국가 인터넷감시 시스템은 ‘황금방패(金盾)’ 프로젝트 아래 ‘인터넷 만리장성(GFW)’을 지칭한다고 알려져 있다. 황금방패 프로젝트란 2001년 중국 국무원의 비준을 받은 프로젝트로서 공안부문 전산화가 핵심이다.
◇ICP 인가 없이 인터넷 사업 불가능=지난 2002년 5월, 찰스 R 스미스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언급하면서 ‘Great Firewall of China’라는 용어를 최초로 언급했다. 이 용어는 중국으로 역수입돼 ‘GFW’ 혹은 ‘만리장성 방화벽’이라고 변형됐다.
인터넷 만리장성은 중국 정부의 의도와 맞지 않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중국에서 접속할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을 말한다. 중국 정부가 인가하는 ‘인터넷 콘텐츠 프로바이더(ICP)’를 얻은 기업과 받지 않은 기업에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ICP는 의무적으로 자체 검열을 실시해야 한다. 자체 검열의 범위는 검색어와 덧글까지 포함하며, 자체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ICP 인가를 몰수당할 수 있다.
구글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ICP의 획득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주기적으로 구글 접속을 차단하면서 압박을 가해왔고, 결국 구글은 2007년 9월 19일 ICP를 받았다. 이후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의사에 따라 민감하거나 차단된 키워드 검색에는 “해당 지역의 법률 규정과 정책으로 인해 부분 검색결과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표시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중국 ICP를 결코 받지 않겠다고 공개선언을 한 ‘위키(WIKI)’는 아직도 중국 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현재 추정되는 인터넷 만리장성의 구조를 살펴보면 브라우저에서 URL을 보내면 우선 블랙리스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검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문제가 있는 사이트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를 자동으로 등록한다.
인터넷 만리장성은 일반적인 웹페이지뿐만 아니라 메일, 게임, 휴대폰 문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 검열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2007년 7월 17일, 중국의 국내와 해외의 메일서비스 사이에서 대규모로 반송 및 글자 깨짐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중국 메일서비스 업체 시나에서는 국제회선 불안정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시기 다른 네트워크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 인터넷 만리장성의 메일 검열 시스템에 오류가 난 것이라는 추측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또 현재의 다음 아고라와 같은 존재인 베이징대학교의 이타후투 BBS는 800개의 개별게시판과 등록사용자 29만3793명, 최다 동시접속자 수 2만930명을 자랑했지만 내용이 중국정부의 규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2004년 9월 13일 폐쇄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ICP들은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자체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의 글들을 삭제하고 있다. 일부 파워블로거의 발언력과 영향력으로 인해 블로그의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지만 이 역시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강력한 삭제와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올림픽 이후 강도 높은 통제 재개=이처럼 강도 높은 통제를 구사하던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 파룬궁이나 티베트 임시정부, 톈안먼사태와 관련된 몇몇 민감한 사이트를 제외한 원래 차단했던 BBC나 위키 등을 개방했다.
그런데 네티즌의 기쁨도 잠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중국 정부는 티스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매체들을 하나하나 닫아가기 시작했다. 12월에는 BBC, DW(Deutsche Welle), VOA(Voice of America), RFI(Radio France Internationale) 등의 보도매체의 중국어판을 차단했다. 국경없는 기자단(RSF:Reporters Sans Frontieres)이나 홍콩의 ‘아주주간’ ‘명보’의 홈페이지도 문을 닫았다.
새로운 미디어로 떠오른 블로그에 대한 강력한 숙청작업은 아직 단행되지 않았지만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반대 여론을 말한 니우블로그에 대한 차단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2008년 DW 국제블로그대회 중국어 블로그로 뽑힌 ‘라우샤오위엔’ 블로그의 일부 내용이 ISP인 시나로부터 삭제요구를 받은 것은 중국 유명 블로그들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시사한다.
◇검열에 길들여지는 중국 네티즌=여기에 늦어도 올여름에는 실명제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명제가 실시되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공안기관에서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언론자유가 상당히 침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의 네티즌이 이미 인터넷 만리장성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네티즌이 인터넷 장성을 피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프록시를 사용하고 있다. ‘Tor’나 ‘무계(无界)’와 같은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작 인터넷 검열 자체에 대한 반발도 그리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거의 대다수 네티즌이 인터넷 만리장성을 알고 있고,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없애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단지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을 당하면 “화합을 당했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이민족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흉노와 몽골 그리고 만주족 등의 침입을 막지 못했다. 중국의 인터넷 만리장성도 중국 정부에 위협이 되는 내용을 차단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내부의 민주화 요구가 강력해질수록 점점 더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베이징(중국)=김바로 베이징대학 역사학과 ddokba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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