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전문화만이 살길이다.”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자매매, 투자중개, 집합투자, 투자일임, 투자자문, 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금투사가 취급할 수 있는 금융상품 역시 네거티브시스템(포괄주의) 적용을 받아 금지된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어떤 상품이든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은 다른 금융기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품 개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새로운 규율에 맞도록 덩치를 키우거나 특정 기능에 특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경쟁력을 가진 회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회사는 대형화와 전문화를 이루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증권산업의 ‘새 판 짜기’가 시작된 셈이다.
현재 국내 증권산업 상황은 후진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좁은 시장을 놓고 수많은 증권사가 차별성 없는 상품들을 팔고 있으며 성장성도 희망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통법 시행은 증권사에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은행 계열인 우리투자증권이나 굿모닝신한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금융지주회사 소속 증권사는 은행과 증권사 고객에게 모두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은행창구를 활용하기 좋은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M&A 등 IB는 물론이고 대출을 통한 다양한 개발사업, 지급보증업무, 벤처캐피털 등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이다. 현대차 계열인 HMC투자증권, LIG그룹 계열인 LIG투자증권,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투자증권 등도 모 그룹과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대형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사업 내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는 특정부문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특화된 형태로서의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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