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디자인 스토리] 좋은 로봇디자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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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로봇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그간 로봇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적인 혁신과 개발 논의가 꾸준히 있어 왔으며 공적인 투자 또한 적지 않은 규모로 이루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성공적인 제품으로서의 로봇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 해답을 디자인의 역할에서 찾고자 한다. 기술적 목표사양과 제품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엔지니어링이라면 제품과 사용자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에디슨이 과거 축음기를 처음 발명하고도 녹음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재생 기능에 중점을 둔 베를리너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해준다.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목표의 달성보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술의 성취만이 시장에서 성공적인 제품을 약속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자와 기술 사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으로 탐구하고 실행하는 영역인 디자인 분야의 역할은 향후 로봇의 성공적인 제품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40년 전에 활약한 전설적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제품의 기능과 외관 사이의 오묘한 황금비율을 감각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디자인했던 독일 브라운사의 다양한 제품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에게 클래식이자 모범으로서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디터 람스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1950∼1960년대는 로봇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신기술이 우리의 생활 환경 속으로 새롭게, 그러나 조용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오늘날과 기술적 사회적으로 많은 유사점이 있다.

 텔레비전, 전기면도기, 믹서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당시에는 이러한 제품의 기능과 형태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무질서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디터 람스는 그 당시 첨단 가전제품을 대중이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감각적 조율을 돕는 한편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디자인을 이용해서 표현했다. 21세기의 좋은 로봇디자인을 구상하면서도 40여년 전에 활동했던 디터 람스의 앞선 디자인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명석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mski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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