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북한의 강성대국 전략과 과학기술 기여율

북한이 강성대국 전략을 추진하면서 사상, 총대와 더불어 과학기술을 핵심 발전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과학기술이 어떤 의미와 목표, 또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의미나 국가정책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과학기술 중시 정치는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점에서 북한 과학원 부원장의 최근 인터뷰 기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과학기술 기여율을 2012년까지 30%, 2022년까지 50%로 올리겠다고 했다.

과학기술 기여율은 총요소생산성(TFP)을 말한다. 즉, 노동력과 자본을 제외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각종 제도와 경영, 기술진보 등을 종합한 말이다. 따라서 북한의 국가전략에서 과학기술을 논할 때는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협의의 순수과학기술인지, 아니면 광의의 생산성 증가 방안인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1990년대 초반 중장기 과학기술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GDP 대비 R&D 투자와 과학기술 기여율, 즉 TFP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기술 저개발국들은 0.5∼0.7% 이하의 R&D 투자를 하고 과학기술 기여율도 30% 이하에 그친다. 이후 첨단기술산업 육성으로 도약을 시작해 R&D 투자를 1.5∼2.0%로 높이면 기여율이 50% 정도가 되고, 기술 선진국이 되면 각각 2∼3%와 60∼70% 정도가 된다.

중국 사회과학원과 요겐슨 박사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TFP는 1953∼1977년에 -20.3%로 극히 저조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도약으로 1978∼1995년에 36.2%로 뛰었다. R&D 투자는 1996년 0.6%였고 최근에는 1.5%에 근접하고 있다. 계산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TFP는 1980년대 중반 30%, 최근에는 50%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R&D 투자는 1977년 0.64%, 1983년 1.05%, 1991년 2.01%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북한에 적용해 보자. 2012년까지 과학기술 기여율을 30%로 올린다고 했으니 이는 중국의 1990년대, 남한의 1980년대 수준에 해당한다. 10년 후인 2022년의 50% 목표는 남한의 최근 수준에 해당한다. 결국 북한의 강성대국 발전전략은 2012년까지 토대를 구축하고, 이후 10년간 산업고도화를 거쳐 2022년에 기술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다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남한과의 생산성 격차는 현재의 30여 년에서 10여 년 정도로 줄어든다.

문제는 체제전환국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각종 제도적 요인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크고, 또 이것이 장애가 될 때에는 R&D 투자 확대가 생산성 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 농촌관리 개선으로 적은 연구비 투입에도 생산성을 크게 올린 것이나, 90년대 중반 국유기업 개혁으로 R&D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생산성을 증가시킨 것은 이를 방증한다. 북한이 IT 등의 첨단산업을 육성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경제관리 개선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합리적인 수단을 동원해 현재의 강성대국 전략을 계속 추진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2002년의 7.1 조치 못지않은 제도개혁 조치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소홀히 하면 강성대국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추이가 주목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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