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글로벌 위기 `스피드`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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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21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과 세대 교체를 단행한 것은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대폭 축소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 지난 2001년 이후 6개 총괄체제가 고착화(LCD총괄은 2004년 분리)하면서 불거진 사업총괄 간 경쟁과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특히 세트와 부품 양대 부문으로 재편된 것은 삼성전자라는 한 우산 안에 ‘업(業)의 본질’이 다른 총괄이 공존하면서 생긴 알력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세트와 부품 양대 부문으로 재편한 것은 거래선이면서 경쟁사인 외부 업체와 신뢰 구축의 어려움 등을 감안한 선택”이라며 “양대 부문은 별도로 운영되면서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영지원총괄을 폐지하고 본사 인력의 85%(1200여명)를 대거 현장으로 전진 배치한 것은 전사적인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현장으로 이관, 스피디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키워드로 ‘현장과 스피드’라는 카드를 빼든 셈이다.

 대대적인 인사 실험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삼성전자 측은 조직 개편과 함께 전 임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임원들의 보직을 순환시켰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이미 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일궈낸 임원들을 통해 ‘성공 DNA’를 조직 전반에 이식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새로 승진한 박재순 전무(49)가 지역총괄로 격상된 한국총괄 책임자로 발탁된 것이 대표적이다. 박 전무는 미국영업담당으로 현지 시장에서 삼성의 TV가 소니를 제치고 1위를 굳히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0개 사업부장 중 교체된 3명(무선, 컴퓨터, 스토리지사업부)의 사업부장은 개발을 중심으로 현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이 중용됐다. 또 9개 지역총괄 책임자 중 6명의 수장을 바꿔 신흥 시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적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 위기 상황에서 최일선의 장수를 바꾸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도 이번 조직 개편을 ‘사상 초유의 인사 쇄신을 통해 글로벌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임원 외에 실무선의 세부적인 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분위기는 다소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새로 현장에 배치되는 인력들의 빠른 적응과 조직 안정화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인 연구소장과 메모리제조센터장을 전면 교체했다. 삼성은 메모리사업부의 메모리연구소를 반도체연구소로 통폐합하면서 반도체연구소장에 김기남 부사장(전 D램 개발실장)을 배치시켰다. 특히 R&D 출신인 박동건 전 상무(전 D램 PA팀장)를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제조를 총괄하는 메모리제조센터장의 중책을 맡겼다.

 메모리사업부에서 R&D 및 시스템LSI사업부 출신 발탁인사는 타 조직에서도 이뤄졌다. 전영현 전무(D램 설계팀장)가 D램 개발 실장을, 정칠희 부사장(전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이 플래시개발실장을 맡는 등 R&D 출신과 시스템LSI사업부 임원으로 메모리사업부 진영을 짰다.

 이에 반해 메모리사업부 내 전 메모리제조센터장인 변정우 전무가 스토리지사업부로 이동, 반도체 진영에서 빠졌다. 또한 메모리사업부 전 메모리연구소장인 이원성 부사장은 메모리연구소가 사라지면서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을 맡는 등 메모리사업부 진영의 변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삼성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사장단협의회를 열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재도약을 다짐했다. 지난 16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 이후 처음으로 상견례를 겸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좌장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중책을 잘 수행해서 삼성이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새로 사장으로 승진했거나 자리를 옮긴 사장들 역시 “경제가 어려운 시점이지만 배전의 노력으로 이겨내야 하고 이겨낼 수 있다”며 차례로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고 삼성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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