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HP, ‘어제의 동지, 오늘은 적’

비즈니스 세계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로 순식간에 뒤바뀌는 비정의 세계다.

사업상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내모는 비정한 현실이 국내 서버&네트워크 시장에서 연출될 것으로 점쳐져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HP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근 10년 이상 서버&네트워크 시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HP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그동안의 동반자 관계를 사실상 청산하고 경쟁자 관계로 대립각을 세우게 될 듯하다.

10년 지기였던 이들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게 된 배경은 한국HP가 그동안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 의존해온 네트워크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키로 한데서 비롯된 것.

최근 한국HP는 네트워크 사업(일명 프로커브(ProCurve)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한국HP는 글로벌사업과 비교 상대적으로 입지가 취약한 국내 네트워크 사업 강화를 위해 협력사로부터 네트워크 시스템 등 하드웨어 장비를 납품받아 공급하는데서 탈피, UC(통합커뮤니케이션),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등 토털 네트워크 솔루션 서비스 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HP는 테크니컬서포트라고 불리던 TS조직을 ‘테크놀로지 서비스’로 개편하는 조직 정비도 완료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HP가 15년간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온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와의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한국HP가 네트워크 부문에서 독자노선을 선언하자 이번에는 시스코시스템즈가 반격에 나설 채비에 갖췄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최근 본사 차원에서 서버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조만간 국내에서 서버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HP가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했으니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한국HP의 주력 제품인 서버에 발을 들여놓은 맞불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이르면 오는 3월경 서버를 포함해 네트워크시스템, VM웨어 등 전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턴키베이스로 공급하는 사업을 펼친다는 작전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한국HP 등 기존 서버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엔터프라즈 시장보다는 우선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그동안 서버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네트워크 시장을 섭렵하여 왔다면 지금부터는 서버업체의 도움없이 자사 서버에 네트워크및 솔루션을 묶어 통합 공급하는 ‘독립 서버&네트워크 구축 사업자’로 변신한다는 것.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를 접목시킨 차세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서버를 포함한 통합솔루션을 공급함으로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시스코의 전략”이라며 “누구나가 경쟁하는 일반적인 서버 시장이 아닌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통합솔루션이 타깃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업 초기에는 우선 데이터센터를 타깃으로 서버 제품을 출시,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시스코의 서버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면 시스코 ‘링크시스’ 등 SMB 네트워크 제품과 결합해 SMB 및 유통시장에도 공급하는 쪽을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이렇게 한국HP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10여년 이상 쌓아온 돈독한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경쟁자로 돌아서게 됨에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벌써부터 국내 서버&네트워크 업계는 양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윤정 기자lin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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