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상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런 검토를 할 시간이 있었나?’
규제권과 정책 결정권을 가진 방통위의 특성상, 방송·통신사업자들의 눈과 귀는 항상 방통위 공무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향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지 주중에 논의된 정책 결정 내용들에 대해, 사업자들은 ‘귀신같이’ 알고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려 전방위 노력을 펼친다. 확정하지 않은 사안이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돼, 소신있는 결정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의 정책 결정 내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방송·통신업계가 요즘 주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분명, 지난 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방통위는 어떤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수집 수준을 넘지 못했는데, 월요일 아침에는 비교 표까지 만들어 정책 최종 결정을 위한 가닥을 논의해 오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만 질의한 줄 알았는데, 이미 관련업계 이야기를 다 정리해 놓고 있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업자들이 의아해하는 이같은 상황의 비밀은 주말에 있다. 당연히 주말은 쉬거나 출근할 한다해도 개인적인 잔무를 처리하는 것이 상식인데, 위원장을 비롯해 실·국장, 과장까지 출근이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및 협의의 장이 만들어져 정책결정의 최종단계 수준까지 주말에 마무리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민감성 때문에 매번 이런저런 논란에 휩쌓이기 일쑤였던 유무선 전화망의 접속료 산정 기준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연말에는 비교적 조용히 매듭이 지어졌다. 당시 방통위 담당 실·국·과장들이 거의 주말에 출근을 하다보니 분석정보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내부 회의가 ‘주말 업무외 시간’에 이뤄졌고, 자신들의 기본 입장만을 전달해 놓고 주중에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려 했던 이해당사자(사업자)들은 예상치 못한 ‘주말 결정’에 허탈해했다는 후문이다. 저소득층 용신요금 감면 정책 또한 주말 회의에서 사실상 기본계획이 확정된 케이스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오늘 또 무슨 일이 있길래 ○○방에 불이 켜있지?’ 사업자들은 요즘 밤이 되면 방통위 건물 몇 층, 몇 번째 창문에 불이 들어와 있는 지, 그 사무실의 최근 이슈가 무엇인지까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주말·밤낮없는 정부청사의 움직임은 지금의 경제위기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기업과 국민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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