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가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IT서비스회사인 SK C&C(대표 김신배)는 현실복제팀을 비밀리에 구성, 1년 넘게 운영하면서 디지털 지도·위치기반서비스(LBS)·가상현실 등을 결합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K C&C는 올 초 조직개편 시 현실복제팀을 신규사업팀에서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구체적인 사업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올 조직개편에서 오픈소스 등 대부분의 신규사업팀은 사실상 다른 부서에 흡수 통합됐다. 가상현실 프로젝트에 대한 SK C&C의 전략적 투자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두고 SK C&C의 한 관계자는 “이미 2∼3년 전부터 준비를 했고 본격화한 것은 최근 1년”이라고 말했다.
SK C&C는 사업 개발 및 각종 법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도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분당 등 가상현실을 구현할 후보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SK C&C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지도를 매개로 한 공간정보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련 팀을 운영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토해양부 등 정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스의 눈>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된 차세대 프로젝트인만큼 SK C&C 내부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SK C&C가 가상현실을 플랫폼한다는 목표로 준비에 나선 것은 2년이 넘었다. SK C&C 현실복제팀은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업체는 물론이고 해외 업체와도 교류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SK C&C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가상지구’라는 가칭으로 알고 있다. SK C&C 현실복제팀의 목표는 ‘세컨드라이프’나 ‘리니지’와 같이 온라인에 상상을 통해 가상사회를 꾸미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현실과 똑같은 환경을 온라인에 재현하는 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SK C&C는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많게는 1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사실상 사업화 원년이다. 신규사업팀에서 분리돼 별도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SK C&C 관계자도 “관련 기술과 플랫폼 개발이 끝났으며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근 SK C&C의 현실복제팀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대내외적인 변수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한파 속에서도 미래 지향적인 사업인 가상화 플랫폼 개발연구팀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다.
국내외 유수 기관들이 올해 IT 키워드로 지능형 LBS를 앞다퉈 꼽고 있는 가운데, 김신배 전 SK텔레콤 사장이 SK C&C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부임했다는 점도 현실복제팀을 주목하게 한다. 김 부회장이 SK텔레콤에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LBS 등 신규사업 모델에 익숙하다는 점이 가상현실 프로젝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SK 내 다른 관계사와의 경쟁 구도도 관심사다. SK C&C는 오래전부터 전자지도 SW(맵피)를 개발, 공급해 온 가운데 최근 SK에너지가 지도 제작사업과 전자지도 SW(엔나비)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SK에너지는 지난 2일 텔레매틱스·교통정보·관제사업을 포함한 LBS 전 분야에 걸쳐 사업권을 SK마케팅앤컴퍼니로 이관해 위치정보와 결합한 강력한 마케팅 플랫폼을 기획 중이다. SK네트웍스 역시 내비게이션 단말기 보급을 바탕으로 텔레매틱스 사업에 진출, SK 내 3개 회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LBS 시장을 노리고 있다.
류현정·이수운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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