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웃소싱 업계 스캔들 불똥 `일파만파`

 세계 아웃소싱 허브로 자리잡은 인도 IT업계가 잇딴 기업 스캔들로 수난시대를 맞았다.

 새티암(Satyam)의 회계부정 사태로 전세계의 시선을 불러 모은지 일주일도 안돼 동종 업계 3위 업체 위프로(Wipro)가 세계은행 임직원을 상대로 주식을 제공, 입찰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 아웃소싱 업계의 이 같은 스캔들은 9000마일 떨어진 실리콘밸리로까지 영향을 미쳐 향후 인도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전세계 아웃소싱 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계부정에서 뇌물 제공으로=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는 위프로가 지난 2000년 기업공개 당시 세계은행 전 CIO인 모하메드 무신 등 3명의 임직원에게 특별가로 스톡 옵션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4년간 위프로의 프로젝트 응찰을 금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위프로 주가는 9.3% 폭락했다.

 이에 대해 위프로 측은 “세계은행 직원들은 당시 공모가에 해당 주식을 샀을 뿐”이라며 “주식 매입은 기업윤리나 이해 관계로 봐도 위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은행과 관련된 매출은 지난 2000년부터 누적매출이 100만 달러에도 못미칠 정도로 매우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이미 지난 9월 뇌물공여 사실을 적발, 새티암에 8년간 은행 출입을 금지하는 ‘철퇴’를 내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새티암·위프로 외에도 인도 중소 IT업체인 메가소프트컨설턴트도 비슷한 건으로 금지조치를 당했다.

 ◇실리콘밸리도 들썩=새티암 등 인도 아웃소싱 업계를 뒤흔든 스캔들은 인도의 오랜 투자자이자 파트너인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흔들고 있다. 새티암 사건은 인도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동시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온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아웃소싱의 위험(리스크)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웃소싱 전문가 마이클 머피는 “이번 사건으로 아웃소싱 고객사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파트너의 회계 리스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전문매체인 머큐리뉴스는 아직까지 이곳 기업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제품생산 연기나 다른 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우선 새티암 사건으로 수백명의 실리콘밸리 직원을 포함한 5만 3000명의 새티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회사를 통해 빌링이나 후선업무 시스템 운영 등 서비스를 이용해온 다수의 고객사들이 서둘러 새로운 아웃소싱 파트너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기적인 아웃소싱 비용상승까지 유발할 수 있다. 또 지난 4년간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이곳 벤처캐피털(VC)들이 인도기업의 투명성 부재와 족벌형 비즈니스 행태가 드러난만큼 본격적인 자금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망=매년 40% 이상의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인도 IT아웃소싱 산업의 매출은 인포시스·타타·위프로·새티암 등을 중심으로 한해 52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2007년 한자릿수 성장세에 그친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고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고객이탈이 빚어질 경우 인도 아웃소싱 업계의 비즈니스 기반이 한층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도 IT산업 전반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악재로까지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도의 앤젤 브로킹 하리트 샤 애널리스트는 “인도 IT기업들이 이번 사건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로 사업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단기적으로 수주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프로의 부회장을 거쳐 현재 실리콘밸리 VC로 활동중인 비벡 폴은 “이번 스캔들이 다른 인도 회사로까지 비화된다면 미국과 인도 양국간 비즈니스 관계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환·류현정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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