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벽두에 열리는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는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다. 미래 TV에서 AV·모바일·미디어 등 각 분야의 기술·시장 흐름과 ‘고객 인사이트’를 읽는 데 필요한 혜안을 준다. 경기 불황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올해 CES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찬찬히 뜯어 보면 앞으로 주목받을 상품을 엿볼 수 있다. 덤으로 ‘미래 먹을거리’까지 챙길 수 있다. 특히 올해 TV 분야에서는 슬림 디자인과 3D·위젯 등 기능성 디스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 표준 경쟁에서 한판승부를 벌인 블루레이 제품도 쏟아졌다.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도 선택에서 필수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디지털TV, LED에서 3D·위젯까지=TV업계는 수요 돌파구를 디자인과 기능에서 찾았다. 두께 경쟁이 점입가경이었다. 삼성전자가 6.5㎜ 초박형 제품을 내놓고 미래TV 디자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슬림화 경쟁이 불붙으면서 백라이트를 LED 방식으로 쓰는 제품이 전면에 떠올랐다. 삼성은 아예 ‘LED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했다. 똑똑해지는 TV도 큰 흐름으로 굳었다. 스마트한 TV 해법은 ‘온라인’에서 찾았다. LG전자·삼성전자·도시바 등 주요 TV업체는 야후 등과 손잡고 위젯, 브로드밴드TV를 내놓으며 TV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언했다.
강신익 LG전자 사장은 “안방과 거실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TV가 꺼져 있다면 더 이상 수요는 없을 것”이라며 “죽은 TV에 생명을 불어넣는 묘약이 디자인과 기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으로 더 빠르게=디스플레이는 ‘풀 HD급’로 빠르게 넘어가지만 홈시어터·캠코더·디지털 카메라 등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 CES에서는 TV와 주변장비의 인터페이스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대거 선보였다. 초당 데이터 전송률이 480Mbps에 그친 USB2.0을 넘어서는 ‘USB3.0’ 제품이 쏟아졌다. 3.0버전은 5Gbps로 10배 이상 빨라졌다. USB2.0으로 15분 정도 걸리는 27Gb HD 동영상도 1분 10초 만에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디자인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무선 인터페이스 기술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LG전자는 풀 HD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무선으로 직접 전송해 실감나는 화면을 즐길 수 있는 무선 HDMI 기술을 공개했다. 백우현 LG전자 CTO는 “디스플레이의 화질과 선명도 경쟁 못지않게 인터페이스 분야의 속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100달러대 블루레이 제품 눈앞=블루레이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표준경쟁에서 승리한 데 이어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사실상 ‘블루레이 원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전자를 포함해 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대부분의 TV업체가 일체형 혹은 단독형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앞다퉈 내놨다. 홈시어터 등 AV 쪽에서도 블루레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대거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299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00달러대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호 삼성전자 전무는 “블루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만대 정도였다”며 “올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삼성은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니와 함께 과점체제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화면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경쟁 시대로=모바일 분야의 마지막 승부처라는 ‘스마트폰’이 부상하면서 화면과 인터페이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노키아 등은 올해 CES에서 UI와 화면에 역점을 둔 신제품을 내놓았다. LG전자도 3세대 터치폰인 와치폰을 내놓고 주도권 경쟁에 포문을 열었다. 먼저 화면 크기 면에서는 2.5인치로 시작해 3.2인치까지 나온 상황이다. 해상도에서도 240×320에 이어 320×480, 최근에는 480×640 모델까지 선보였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확대되면서 소리까지 ‘돌비 사운드’를 지원할 정도로 고성능 휴대폰이 명함을 내밀었다. 휴대폰으로 이동하면서 TV까지 볼 수 있는 ‘모바일TV’ 관련 제품도 주목을 받아 휴대폰 시장도 점차 기능 위주의 제품이 두각을 보일 전망이다.
◇발등의 불 ‘친환경 이슈’=총론 차원에서 제기돼온 친환경 이슈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친환경 제품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생산·제품 등 모든 프로세서에서 온실가스를 연간 3000만톤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올해 부스 내에 ‘에코’ 코너를 새로 신설하고 친환경 디자인상을 수상한 LED TV·세탁기,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휴대폰 등을 전시했다. 박종우 삼성전자 사장은 “LED TV는 시장성뿐만아니라 친환경 측면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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