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 정부에 통신서비스 시장 개방의 수위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U의 요구가 관철되면 브리티시텔레콤(BT)과 같은 글로벌 통신서비스 기업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어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8일 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EU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분과 협상에서 ‘통신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 제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전화·인터넷 등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할 때 반드시 국내사업자와 협약하도록 돼 있는 제한을 풀라는 것이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9조(국제전기통신역무에 관한 승인)의 2항을 삭제해달라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법 집행의 실효성 측면을 고려할 때 국경 간 공급 제한 폐지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EU FTA 협상이 막바지인데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타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달 한·EU 수석대표 회담에서 주요 분야의 진전이 있었고 (서비스분과를 포함한) 주요 이슈를 관계 장관들이 만나 논의할 정도로 좁혀졌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말해 주목된다.
한·EU는 오는 19·20일 이틀간 서울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열어 통신서비스를 포함한 주요 쟁점의 일괄 타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가계통신비 인하를 꼭 실천할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한·EU FTA 서비스분과 협상을 거쳐 국경 간 통신서비스 공급 장벽을 무너뜨려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전략적 선택도 가능할 것으로 풀이됐다.
양환정 방송통신위원회 부이사관은 “국경 간 통신서비스 제한을 폐지했을 때 시장 가용성이 ‘0’에 가까운 시내전화나 이동전화 분야보다 기업용 국제전화나 전용회선 서비스 등에 외국계 통신회사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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