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해법은 있다] 디플레이션 공포-기대 뛰어넘는 `정책` 먼저

Photo Image

 새해를 맞는 마음이 무겁다. 우리 생애 최악의 경기 침체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도 올 상반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 온 국민이 다 어렵겠지만 특히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중년층과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낙담에 빠져 있는 청년층의 고통이 가장 클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지금의 어려움을 나타낸다면 골이 깊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나면 높은 봉우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는 미래의 희망을 보여준다. 세계 모든 국가가 하나같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경기회복의 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하니 너무 절망하지 말자.

 우리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 주어야 할 일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수출·소비·투자 등 경제의 3대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를 떠받쳐야 할 유일한 버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기부양 규모는 미국·일본·중국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고 시기가 늦으며 정부 발표부터 집행에 이르는 시차도 길어서 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다. 경제주체 간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시장기대를 압도할 정도로 충분하고 신속해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올 예산에 반영된 10조원의 경기부양 재정을 앞당겨서 집행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시에 철저한 수요조사를 해서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시설이 들어서도록 해야 하고 노인복지, 저소득층 구호 등 소비진작 효과가 큰 부문을 우선 지원하되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은행자본금 확충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은행은 자본금 확충으로 체력을 튼튼하게 한 이후에 적격업체에는 충분한 여신을 제공해야 한다. 적격업체의 판단은 경기가 정상적으로 회복됐을 때의 가상적인 기업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해야만 지금과 같은 일시적인 불황 때문에 대량 도산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기업들도 일차적으로는 살아남기 위한 긴축경영을 해야 하겠지만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환율도 안정되는 단계에 들어서면 경기 회복 이후를 내다보고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시설재와 원자재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투자 적기다. 특히 사내유보금이 많은 기업에는 공격경영으로 경쟁기업을 밀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 위기는 금융의 속성을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때 금융자본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이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실물을 지배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를 당연시하고 바람직한 목표로 추구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반면에 금융이 내포하고 있는 이기적인 이윤추구와 파괴적인 영향을 간과하려는 경향 또한 있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야말로 외부충격으로부터 국민 경제를 보호하는 구명정 역할을 하며 실물과 금융간의 조화와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IT산업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성장을 주도해 왔으나 지금의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극복 이후에 우리 IT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으는 새해가 되기를 빌어 본다.

 이경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ktlee123@kita.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