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종착역에 거의 다 왔는가. 오랜 ‘치킨게임’에 지친 세계 반도체와 LCD 업계는 너무도 종식을 갈망한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지난 주말 이틀 연속 D램 값이 급등하자 기대도 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더 가야 한다. 현실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감산이라는 극약 처방도 먹히지 않는다. 워낙 수요가 바닥을 기고 있다. 감산폭을 더 늘려도 수요 감소분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치킨게임은 그래서 미래진행형이다. 낙관적인 전망이래야 새해 3분기다. 2009년을 건너뛰고 2010년에나 기대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 치킨게임을 주도한 우리 업계도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당장 4분기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 즈음 치킨게임을 접을 것인지, 되레 더 몰아칠 것인지 결단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칼자루를 쥔 삼성전자 반도체, LCD 총괄과 LG디스플레이의 행보가 결국 새해 반도체, LCD 업계의 명운을 가른다. LCD 업계의 게임은 새해에도 지속된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삼성과 LG는 일단 우위에 섰다. 가동률과 원가경쟁력이 대만 경쟁사를 크게 웃돈다.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삼성·LG가 주력하는 TV용 패널 수요 역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더욱이 세계 TV 시장을 이끄는 우리나라 제조업체라는 안정적인 수요처도 있다. 대만업체가 강세였던 IT용 패널의 수요처도 우리나라 패널 업체로 돌아섰다. 미국과 중국의 대형TV 수요 감소가 변수다.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중국의 수출 부진은 내수 위축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어 심각한 타격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를 제친 삼성전자 TV 사업과 가전에 이어 TV에서도 일등을 하겠다는 LG전자가 선전하면 더욱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TV 제조와 LCD 패널 업체 간 공조는 새해에 더욱 절실해진다.
또 다른 변수는 대만 정부의 자국 업체 지원이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업체를 돕느라 LCD 업체 지원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대만 LCD 업계 간 인수합병과 같은 빅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공정무역을 대만이 위반하지 않는지 우리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감시와 대응이 요구된다.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은 막바지로 치달았다. 대만·일본·독일 등의 메모리 업체는 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링거 주사를 맞는다 해도 극심한 불황기인 새해 상반기를 버틸지 의심스럽다. 업체 간 합병도 모색하지만 부실기업끼리 합쳐져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르겠다.
문제는 하이닉스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신규 대출과 증자를 통한 8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계획을 늦어도 23일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내부 절차 문제로 늦어졌을 뿐이라 하니 지원은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이 규모로는 버티기에 부족하다. 금융권은 제조업, 특히 반도체와 같이 많은 투자만큼 수익도 큰 장치산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편이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다’는 오명까지 늘 달고 다닌다. 이런 오해가 아니더라도 채권단은 지원액을 더 늘려야 한다. 그것은 치킨게임의 종착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안전하게 내릴 탑승자가 바로 우리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신화수 전자경제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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