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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맞는 위기는 M&A 시장엔 100년 만에 다가오는 기회다.”

황상운 동양창업투자 본부장은 새해가 기업 인수합병(M&A)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M&A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과는 대조적인 의견이다. 황 본부장은 최근 M&A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돈줄을 대는 은행 등 금융권이 어려워지며 자금줄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미래가 지속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M&A가 새해 산업계의 중심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성공적 M&A는 도약의 기회=전문가들은 성공적 M&A는 기업 성공의 주춧돌이 된다고 말한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들이 굳이 외부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성장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치고 성장이 정체국면에 이르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M&A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수기업 입장에선 저금리 때문에 막대한 현금이 쌓인데다 신규 산업 분야에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국내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들였다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을 지켜본 게 단초가 됐다. 이후 두산, STX, 한화그룹 등이 M&A를 통해 그룹 주력 사업군을 바꾸고 재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인수 기업들엔 내년이 호기=인수기업엔 일단 내년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업의 현금보유율도 꾸준히 늘면서 M&A와 투자를 위한 실탄은 어느 때보다 많아 M&A에 대한 기대는 높다. 지난 9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제조업체 535개사의 현금 유보율은 평균 609.3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69.71%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매물도 넘쳐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우리금융, 새한, 쌍용건설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한계에 다다른 중소형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M&A 시장도 이와 함께 동반성장했다. 지난 2003년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내 M&A 거래액이 지난해에는 약 40조원으로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7년 기업결합 동향 및 특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와 금액은 각각 857건, 297조원으로 전년(744건, 253조4000억)대비 각각 15.2%, 1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9월 기준 공정위에 신고한 기업결합 건수는 35.7%(222건) 줄긴 했지만 이는 지난 7월부터 신고 대상 회사의 자산과 매출액 기준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상대회사의 신고기준도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실물 경기 회복이 시장 활성화 관건=하지만 내년 M&A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높은 게 사실이다. 금융과 실물의 동반 침체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자산관리공사 이우승 기업지배구조개선 부장은 “최근들어 기존 대형 매물조차 M&A가 결렬되는 사태가 빈번할 만큼 실제 돈을 쥔 기업이나 금융권이 내년이 바닥이란 확신을 하지 못해 인수를 주저하고 있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기회이지만 경제 여건상 성사가 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경민·이형수 기자 kmlee@etnew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