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새해 미국 IT산업 기상도

 잘 알고 지내던 협력사의 프로그램 매니저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20년 이상 재직한 IT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 IT산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것은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트리서치가 새해 미국 기업의 IT 지출 성장 예상치를 6.1%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포레스트는 낮은 성장률에도 서비스 기반 소프트웨어(SaaS)와 가볍게 만든 프로그램이란 뜻의 신 클라이언트(thin client) 같은 특정 분야의 꾸준한 약진을 예측하기도 했다. 2009년 IT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불확실’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새해 이후의 전반적 기업 IT 발전 방향을 간략하게나마 예상해 봤다.

 우선 전 분야에 걸쳐 IT 자산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루어질 것이다. 서버 하드웨어 시스템 부문에서는 고성능 시스템의 가상화를 통한 서버 통합 수요가 지속될 것이고, 중저사양 시스템은 소비재화가 심화될 것이다. 기업 IT 지출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운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IT 어플라이언스형 시스템 출시가 늘어날 것이고, 사설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 I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활발히 검토될 것이다.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는 라이선스 비용 절감을 위해 공공 클라우드를 이용한 IT 솔루션과 SaaS 부문의 성장이 예상된다. 윈도 및 기타 상용 SW의 라이선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오픈 소스 기반 솔루션 채택이 확대될 것이다.

응용 분야별로는, 기업의 네트워크 관리와 통신 비용 절감을 위한 인터넷전화(VoIP), 대고객 업무 강화를 위한 고객관리시스템(CRM), 비즈니스 최적화를 위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미국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치·경제·사회·교육·의료 분야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관련된 IT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 특히, 금융 분야를 비롯한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규제하기 위한 GRC(Governance, Risk and Compliance)를 위한 IT 솔루션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클라이언트(데스크톱·노트북 PC) 분야에서는 웹사이트 접속 기준 윈도 운용체계 점유율이 올 11월 최초로 90% 이하로 떨어진 최근의 추세가 심화되고, 신 클라이언트 혹은 가상 데스크톱을 사용한 서버 기반 컴퓨팅의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기업의 IT 자산 및 운영비용과 자체 구매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아웃소싱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IT 시장을 살펴보면, 서버 하드웨어 부문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SW 부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액티브X에 대한 지나친 편중과 오픈 소스, SaaS, 클라우드 컴퓨팅, 신 클라이언트와 같은 기술 도입의 지연으로, 기업의 SW 라이선싱 비용과 IT 자산 및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때에 맞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혼돈의 2008년을 보내고 2009년을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하는 시점에서, 불변의 것은 변화밖에 없다는 고대 희랍 철학자 헤라클리투스의 역설을 떠올려 본다.

최종혁 IBM왓슨연구소 시니어연구원 jongchoi@us.ibm.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