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과학한국’ 과학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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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 10만명당 하나의 과학관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과학관을 향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 전 만난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의 조언이다. 조 이사장은 바로 전 국립과학관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전국박물관협의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과학관 발전에 앞장선 이 분야 전문가다.

 조 이사장은 이날 전자신문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어린이 과학 대중화 운동 시리즈 ‘과학관은 살아 있다’를 예로 들며,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선진국이 운영하는 알짜배기 과학관 정보를 제공해 과학관 운영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우리나라 과학 문화의 전당이 될 국립 과천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정부와 경기도가 총 4500억원을 들여 2년 6개월 만에 완공한 과천과학관은 총 685개 주제에 따른 4203점의 첨단 전시물을 갖추고 있으며 용지 면적 24만3970㎡에 연면적 4만9464㎡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과천과학관은 관람객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꾸며져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만지고 느끼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어 개관 한 달이 안 된 지난 8일 현재 14만85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러나 과천과학관이 명실상부한 ‘과학 한국’의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과학관의 수는 모두 97개다. 이는 국립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각종 테마박물관까지 합한 수다. 인구 50만명당 하나꼴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16만명당 1개, 일본 15만명당 1개, 독일 7만명당 1개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난 4월 8일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을 배출했고 내년 2분기 자력 발사위성 ‘KSLV-1’을 쏘아 올려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시기에 부끄러운 면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과학관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 큰 걱정이 앞선다. 과학관의 교육, 연구 등을 책임지는 학예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과학관의 전문직은 지난 2006년 말 기준 363명으로 과학관당 평균 3.8명인 셈이지만 주로 국립과학관에 집중돼 있으며 아예 전문직이 한 명도 없는 과학관도 있다.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는 과천과학관도 규모에 걸맞지 않게 행정직과 연구인력이 고작 77명에 불과하다. 전시 면적이 비슷한 미국 보스턴과학박물관 직원이 840명 선에 이르고 과천과학관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일본 국립과학관도 135명이나 된다. 또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은 직원 수가 450명이며 이 가운데 전문직만 70명이다. 미국 덴버과학박물관은 직원 수 382명에 전문직이 47명이다.

 특히 민간박물관인 삼성어린이박물관이 직원 수 30명에 전문직만 18명으로 절반을 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자칫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도 인적 인프라 미비로 부실 운영이 우려되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과학관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시설이 아니다. 과학관은 단순히 과학물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 세대인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곳이며 그 나라 과학 발전의 지향점을 알려주는 랜드마크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과학관을 만드는 일, 그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홍승모 경제교육부장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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