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보화 법제와 추진체계의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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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들어 국가정보화 정책은 중대한 방향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정보화의 개념과 범위를 재정의하고, 그에 따라 정부의 역할과 책임, 추진체계를 새로이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 우리나라는 국가사회 정보화의 선두주자로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IT산업 역시 신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그 같은 정부 주도 국가정보화 정책은 역사적 소임을 다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지식과 정보의 창의적 활용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 기반 경제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정보화, 전자정부 관련 국제 비교 평가에서 항상 선두권에 속했지만, 탁월한 성적이 정부의 효율성,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이는 과거 정부가 나서 민간 부문과 기업을 이끌었던 선단식, 하향식 접근 방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 주도에서 시장 중심으로, 촉진 위주에서 활용 중심으로 정보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은 그러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역할이나 책임이 사라지거나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정보통신부의 국가정보화 기능이 다수 부처로 분산되고, 정보화 패러다임이 촉진에서 연계·활용으로 변화했지만 정보화 부문 간 총괄·조정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점 역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주는 근거다. 최근 아키텍처 기반의 정보화, 연계·통합 및 조정의 필요성이 특히 더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보화법제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에 맞게 재정의된 정보화의 개념과 범위, 정부의 역할과 책임, 바람직한 추진체계의 모습 등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그런 배경에서 이명박 정부는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화 관련 법제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해왔고, 이제 그 결실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법제 개편 방향은 국가사회 정보화와 정보문화 분야를 규율했던 정보화촉진기본법, 지식정보자원관리법, 정보격차해소법을 가칭 ‘국가정보화기본법’으로 통합하고, 전자정부 부문의 전자정부법과 ITA법을 전자정부법으로 통폐합하며,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과 공공기관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합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 총 9개 법률을 5개로 정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특히 국가정보화기본법은 앞에서 지적한 국가정보화 개념·범위의 재정의, 정부의 역할과 책임 및 추진체계를 담은 새로운 국가정보화 정책의 기본법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국가정보화 추진 체계는 과거 정보화촉진기본법상의 정추위, 실무위, 분과위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를 지양해 가칭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하고 이를 통해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정보화 전략을 수립하고 전자정부 및 각 부처 정보화정책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보화는 단순히 정보기술(ICT)의 적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사회조직이나 법제도, 관행 등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법제도의 정비가 정보화의 핵심적 성공 조건으로 간주되는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정보화법제와 추진 체계가 적기에 재편되지 않으면, 새 정부의 정보화정책은 성공은커녕 제대로 출범할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런 뜻에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시점이다. 각 부처 역시 대승적인 견지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한 상생과 화합의 길로 합류해 힘을 보태야 한다. 홍준형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법제도전문위원장 서울대 법대 교수 joon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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