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와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닮은 꼴이 화제다.
한 사람은 인종(흑인), 또 한 사람은 종교(천주교)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비주류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40대 젊은 나이에 민주당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둘 다 변화와 희망의 정치를 주창하며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는 지난 8월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내 아버지가 대통령이었을 때 가졌던 희망을 오바마 덕분에 다시 갖게 됐다”고 했다.
물론 두 사람 간에는 서로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연방 하원 및 상원의원으로서 13년간 중앙정계에서 활동한 반면에 오바마는 연방 상원의원으로서 6년의 임기 가운데 4년도 채우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케네디는 임기 중 베트남에 대규모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이라크의 친미 쿠데타를 지원하는 등 미국의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오바마는 직접 개입보다는 협상과 외교를 거친 국제문제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케네디와 오바마는 여러 가지 비슷하거나 다른 모습이 존재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은 새로운 매체의 속성을 파악해 이를 정치에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새 매체란 케네디에겐 텔레비전이었고, 오바마에게는 인터넷이다. 케네디는 1960년 9월 26일 열렸던 사상 최초의 대통령 후보 간 텔레비전 생중계 토론에서 상대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 부통령을 압도했다. 당시 무릎부상과 무리한 선거운동 일정 때문에 지쳐 있던 닉슨은 카메라에 초췌한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다.
이에 비해 케네디는 시종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갖는 위력과, 그 위력이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생긴다는 점을 간파했다. 케네디는 빌 윌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듀서를 선거캠프에 영입, 방송에 관한 자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닉슨이 자신의 방송 자문역인 테드 로저스의 의견을 번번이 묵살한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뤘다. 대통령 후보 간 토론의 프로듀서였던 돈 휴잇은 “토론이 끝난 후, 선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케네디는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성공적으로 이용했다.
오바마는 선거기간 동안 인터넷으로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오바마는 선거전 초반부터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BSD)’이라는 온라인 정치자문회사를 통해 온라인 선거본부를 구성했다. BSD를 거쳐 오바마가 구사한 인터넷 선거전략은 오바마 후보의 홍보가 아니라 유권자와의 교류였다. 오바마의 홈페이지는 교류사이트(SNS)로 활용하고, 정확한 유권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웹상의 소규모 선거운동을 펼치는 방법이 구사됐다. 오바마의 홈페이지는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링크드인의 공간 속에서 확산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소로 활용했다.
오바마가 인터넷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 성공방식이 국정운영에서도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후 자신의 정책들을 하나하나 펼쳐 나아갈 때 인터넷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하면서,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와 같은 오바마의 인터넷 정치가 성공을 한다면, 인터넷은 정치에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매체로서 그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석우 NHN 부사장 sirgoo@nhn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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