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을 보면 ‘열 개의 날카로운 검을 얻는 것이 구야(歐冶·명검 제작자)의 기술을 익히는 것만 못하고, 백 마리의 명마를 얻는 것이 백락(白樂·명마 감별사)의 감별법을 익히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또 탈무드에는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을 살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제품’보단 ‘기술’을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산업기술평가원은 이런 동서양의 지혜를 산업기술 R&D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 하나가 ‘장비운영자 네트워킹’이다.
정부는 그간 고가의 연구장비와 시설 구축을 거쳐 연구자와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구축된 산업 인프라는 기업의 신제품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 융합기술 지원 등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중 구축된 연구장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센터의 존속가치를 높임은 물론이고 센터 운영의 재정 자립에 기여하게 된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이 바로 ‘장비운영자 네트워킹’이다. 장비운영자 모임은 연구원들이 스스로 경험한 장비 운영 노하우를 공유, 보다 나은 장비운영 기술을 습득하게 하며 이를 통해 장비 수요 기업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범 운영된 3종의 장비운영자 모임에 참석한 연구원들은 “측정 오류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산기평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9월부터 운영자 모임을 6개 주요 장비로 확대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대상을 늘릴 생각이다.
산업기술 R&D 과정은 외롭고 힘들다. 그러나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고기 잡는 ‘더 좋은’ 방법을 나눈다면 광활한 R&D 바다를 항해할 때 길을 잃지 않고 즐겁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전한수 산업기술평가원 기반기술본부장 hsjeon@i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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