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퓨처인터넷 구축을 통한 선진사회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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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가 어려워져서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 온 국민이 나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인 일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한국 사람은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큰 목표가 정해지면 엄청난 에너지를 결집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프로젝트를 하나 생각해 본다.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새로운 인터넷(Future Internet)을 건설하고 그 위에 교육·의료·교통 등 경제·사회의 각 분야를 다음 세대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가 좋을 것 같다. 지금 인터넷은 미국 국방부가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만들 당시 설계자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현재 엄청나게 많은 이용자가 극히 복잡한 일에 사용하고 있어 한계에 다다랐다. 그래서 인터넷을 근본적으로 새로 구축해야 하는데 이것을 한국이 세계 최초로 하자는 것이다.

 이용자의 비율이나 이용자 수준으로 볼 때 한국은 인터넷 최선진국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미국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나선형 개발 방식을 사용하면 미국을 앞서는 것은 문제가 없다. 나선형 개발방식은 실용화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1980년대 행정전산망을 할 때 이 방식을 도입해 우리의 IT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경험이 있다.

 교육시스템을 비롯해 의료·교통·행정 시스템 등은 IT 도입으로 과거 20년간 엄청난 발전을 해 왔다. 마찬가지로 지금 20년 정도 앞을 보고 미래형 시스템을 개발, 미래형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80년대 행정전산망 구축이 우리나라 IT산업 발전의 기초가 됐던 것처럼 미래형 인터넷도 정부 각 기관이 가장 먼저 이용하고, 또 미래형 응용시스템도 정부시스템에 가장 먼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시스템을 예로 들면 풍부한 교육 자료가 컴퓨터에 저장되고 쓰기 편한 인터페이스가 개발된다. 그러면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필요한 인간을 만드는 상담자, 지도자의 역할로 바뀌게 된다. 의료·교통·금융 산업 등도 이런 식으로 새로운 면모를 띨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력양성에 달려 있다. 여기서 나는 메디컬 닥터나 MBA를 본떠 전문 기술박사(Dr. of Practical Engineering)를 제안하고 싶다. 이것은 대학졸업생을 기업이 먼저 지정하면 5년간 대학박사 학위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5년간의 대부분은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인턴을 하는 동안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적당한 시기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박사학위 논문은 필요 없다. 그리고 학생들의 등록금은 정부에서 대여장학금으로 충당하게 한다. 이것은 모든 관련자에게 윈윈이 되고 부담이 적은 프로젝트다. 정부는 국채로 재원을 마련해 대여장학금으로 주었다가 나중에 환수함으로써 큰 재정적 부담없이 고급기술자를 기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또 학교는 많은 대학원 학생을 받게 된다. 기업은 거의 공짜로 5년간 일해 주는 기술자를 얻게 된다. 학생들은 기술도 배우고, 박사학위도 따고 일자리도 얻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국가 프로젝트로 해 정부가 밀고 나가려면 강력한 정책 의지와 함께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1년에 1조원 씩 5년간 5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IT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 선진국이 된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능률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통신망을 갖게 된다.

 이용태 숙명학원 이사장 ytlee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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