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LA한인타운과 MB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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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LA의 한인타운에 가봤더니 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라는 분들이 많다. 촌스러운 상호와 옥외 간판, 허름한 건물들. 좀 더 세련되게 단장하면 한인 외의 손님도 많아지고 고급 이미지를 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이 들어 안하는지, ‘실용주의 국가’에 살다보니 겉모습 치장에 관심이 없는지 궁금하다. 현지 동포의 대답이 조금 뜻밖이다. “여기서만 오래 산 상인들은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을 떠날 당시의 세련된 서울 모습 그대로라고 여기는 분들인데….” 한인 상인들의 미적 감각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지 고착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엉뚱하게도 LA 한인타운은 현 정권의 경제관과 닮았다. 수출드라이브정책이니 관치금융이니, 과거에 고착된 경제관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투기 세력을 향한 경고다. 환율로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제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 솔직히 밉다. 그런데 글로벌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환차익을 보겠다는 게 무조건 비난받을 일인가. 환투기를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그래봤자 별 이익이 안되는 정책을 내놓는 게 순서다.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마자 재계는 달러를 시장에 내놓았다. 외국 기업 인수도 자제하려 한다. 대통령 발언과 무관한 조치라지만 이를 곧이 믿는 이는 적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재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기 흉하다. 권위주의정권 시절이 떠오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대공황도 루머로 시작됐다”라며 시중의 경제 위기설 확산에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사학자도 아니니 정말 그랬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강 장관의 말대로 실제와 무관한 위기설이 진짜 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경제정책의 수장인 강 장관은 이런 발언에 앞서 왜 이런 루머가 퍼지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이게 바로 정책의 영역이다. 유감스럽게도 위기설의 근원지는 바로 현 정권이었다. 촛불 정국 막바지에 우리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발언을 쏟아내지 않았는가.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 경제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정부 주도로 성장을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 시장 개방도 가속화해 글로벌경제 체제에 편입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김은 더욱 커졌다.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물론 증시 전체를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들이 쥐락펴락 한다. 기업들은 투자할 때도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를 본다. 국민들도 달라졌다. 평생 직장의 신화가 깨지자, 저마다 재테크에 몰두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과 주식 투자다.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값과 주가지수가 뛴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뛰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이든 개미 투자자든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정책 당국의 더욱 정확한 예측과 정교한 정책이 절실하다. 그래야 시장이 안정된다. 그런데 현 정권은 ‘땜질식’ 처방만 내놓는다. 일관성도 없어 신뢰만 떨어뜨린다. 급기야 옛날 옛적의 윽박지르기도 등장했다. 여권의 ‘달러모으기 국민운동’ 제안엔 실소만 나온다. 이러니 ‘기업과 국민이 변화한 그 10년 동안 현 정권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살다 왔느냐’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