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태양광이 애물단지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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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자고 일어나면 몇 개씩 생기는 게 태양광발전소다. 지역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소 기공식을 하고 또 어느 곳에서는 준공식을 한다. 기업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다.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490개 정도였던 태양광발전소가 23일 기준으로 888개로 늘어났다. 5월 말 기준으로 1154건이었던 태양광발전사업 허가건수도 9월 말에는 1344건으로 불어났다. 증가율이 놀라울 따름이다.

 태양광발전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나 친환경 에너지를 들 수 있겠다. 에너지 효율은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 등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자연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이 매력적인 포인트다. 또 최근 몇 년간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인 원유 가격이 살인적으로 폭등한 것도 태양광발전의 증가에 한몫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도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과 기성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해주는 발전차액제도를 보고 태양광발전 분야에 뛰어든 사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으로 잇속을 챙기려는 사업자도 많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더군다나 이달부터 발전차액 지원이 낮아진다는 정부발표 후에는 예비 발전사업자들이 발전소 준공일정을 10월 이전으로 앞당기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됐다. 발전소가 몇 달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다.

 한술 더 떠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발전사업에서 마음이 떠나 벌써 다른 사업 쪽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용도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소 용지를 돈 되는 다른 시설로 전환, 전기를 팔아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데 마음이 가 있다고 한다.

 일부겠지만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사업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 이상의 태양광발전소의 허가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강진군이 민원에 못 이겨 설립인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고 문경군도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제한하고 나섰다. 태양광발전의 특성상 양지바른 곳을 찾는데다 땅값이 싼 야산을 깎아 건설하기 때문에 산림과 천혜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논란이 있어서다. 여기에 발전소 건립 후에도 무인 시스템으로 돌아가므로 고용효과가 없고 지방세 수입 증대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한때 지자체가 유치하는 투자 건수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태양광발전소가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얼마 전 태양광 전지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A사의 한 경영진은 “3년여 전에 한 10년쯤 묻어놓는다고 생각하고 투자했는데 최근에 수요가 늘어나 희망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 본연의 목표를 떠나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몇몇 물 흐리는 사업자들 때문에 정직하게 투자하는 기업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