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닷컴이 붕괴되고 마치 인터넷의 세기는 끝난 것처럼 보였을 때, 인터넷의 건재함을 보여준 상징적 세력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많은 사람이 방문한 사이트를 검색의 우선 순위로 하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검색엔진을 구현해 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으며 웹2.0 시대 대표 서비스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
여기서 20세기 말에 붕괴한 닷컴과 대비되는 웹2.0 시대 서비스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동안 일방적 수용자로서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던 사용자가 콘텐츠를 스스로 개발하고 그것을 공유해 더욱 향상된 차원에서 재창작을 해나가는 적극적인 위치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같은 측면에서, MIT가 2002년 출범시킨 오픈코스웨어(OCW:Open Course Ware)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OCW는 MIT의 전임 총장 찰스 베스트가 축적한 지식, 강의 자료를 온라인에 전면 공개해 전 세계 지식나눔 운동에 기여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 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호응을 얻어, 아시아 내에서도 중국 CORE, 일본 JOCW 같은 협력단체와 기관을 기초로 OCW의 아이디어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려대가 지난 2007년 처음 OCW를 도입한 이후 연내 관심을 가진 대학 간의 협력단체인 KOCWC가 설립돼 국내 OCW 도입 및 홍보, 확산 작업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가장 비싼 등록금을 자랑하는 대학 중 하나에서 시작된 지식나눔 운동, 강의 공개 운동이 세계적 차원의 호응과 지지를 얻고 유사한 운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웹2.0 시대 교육 분야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흐름으로 OCW는 관심을 끌고 있다. 나아가 OCW는 연관된 교육 및 국제협력 분야의 운동과 연결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시작한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100달러 노트북 주기 운동(OLPC)’은 OCW의 시작부터 지속적으로 연관돼 활동을 해 왔다. 기술혁신과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가격에 교육용 목적의 노트북PC를 공급하는 것이 네그로폰테의 목적이라면, 그 하드웨어에 장기적 관점에서 무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OCW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학원 교사가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학원강의를 공개한 ‘티치미’의 실례가 있고, 명문대 재학생 등을 중심으로 중·고등학생의 학습 지도와 진로 상담을 위한 무료교육 사이트 ‘공신’이 활발한 인기를 얻고 있는만큼, 알게 모르게 지식나눔 운동의 이해와 지지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OCW의 도입은 미국 및 다른 국가의 선진 사례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자생한 지식나눔 운동문화에 맞춰 그 발전선 상에서 모색돼야 한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인터넷이 사회변화의 중심이 된 웹2.0 시대의 트렌드로서 한국 인터넷의 교육 발전을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로서 OCW가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은 크다. OCW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믿고 지속적인 노력과 사용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OCW를 통한 한국교육의 세계화의 꿈은 요원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남기춘 고려대학교 교수학습개발원장·교무처장 kich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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