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도이자 첼리스트인 고봉인이 윤이상 관현악단과 윤이상의 첼로협주곡을 평양에서 협연하게 된 소식을 접했다. 음악을 통한 남북의 동질성 회복, 그리고 남북 화합의 선율임에 가슴 벅찬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렇게 남북이 함께하는 평양에서의 협연 기회가 종종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남북 교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시기에 열려 눈길을 끈다. 더구나 협연자인 고봉인은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위한 조혈모세포 연구를 하는 과학도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음악 영역에서 남북 교류의 길이 열리고 있는 것과 달리 IT를 포함한 남북 과학기술의 교류 협력 행로는 답답하기만 하다. 먼저 교류를 위한 전제로 알아야 할 북한의 연구개발 상황이나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제한적인 자료를 통해 그 현황을 부분적으로만 겨우 알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북한 국가과학원 흑색금속연구소(제철 연구기관)에서 산소열법 용광로에 의한 선철 생산 공업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남북이 함께 철강 생산 기술의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질 수 있지만 상호 협력의 틀은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연구개발 투자로 수행한 프로젝트가 대부분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서비스(NTIS)에 수록돼 있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국가과학원 차원에서 과학기술 연구정보를 보장하기 위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인 ‘과학’ ‘과학관리’ 등이 있기는 하나 그 수록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에도 우수 연구자가 있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나름의 연구개발 결과들이 있을 터인데 서로 합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음악인들과의 이번 협연이 동일한 공통의 관심사, 즉 작곡가 윤이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보면서 남북의 협력은 공통의 관심을 보다 많이 끌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북한의 낮은 과학기술 및 경제 수준을 볼 때 남북한이 함께 IT를 포함한 과학기술 영역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추진한다는 게 쉽지 않다. 기술수준 차이 등이 상호 교류 및 협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지만 북한의 기초적 애로상황에 염두를 둔 공통 관심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양에서 음악회가 열려 음악의 장을 만들 듯이 북한에도 선진 과학기술을 접할 수 있는 지식 습득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음악가가 가듯 남한의 과학기술자들이 평양에 가서 해외 선진 각국의 앞선 과학기술 흐름을 논하고,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애로기술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남북 모두의 관심인 과학기술에 관해 서로 깊이 토론을 하고, 연구개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과학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학캠프도 북한 땅에서 열어 과학기술의 꿈을 북한 청소년에게 전하기도 해야 한다. 북한의 청소년에게는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보게 해주고, 대학생들에게는 해외의 앞선 기술들을 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북한에 첼리스트의 연주 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과학기술 지식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일이 이뤄진다면 남과 북의 갈수록 벌어지는 기술 격차를 다소나마 해소하는 계기가 되고, 북한의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첼로를 들고 간 협연의 아름다운 장이 평양에서 펼쳐졌듯, 남북 과학기술 협연이라는 향연을 이룰수 있는 대책이 통일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최현규/KISTI 계량정보연구팀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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