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자원 개발하자](하)희유금속 재활용으로 도시광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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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모 자원 재활용 업체는 매연저감장치 촉매 등으로 쓰인 폐백금을 회수해 스위스로 보낸다. 스위스에서 정제된 백금은 독일로 가 경매를 통해 세계 각지로 팔려나간다. 재활용 업체는 이 수익의 절반을 받는다. 국내에 고도의 백금 재처리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 수익의 절반을 해외에 바치는 셈이다. 귀중한 금속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더 큰 문제. 그러나 희유금속의 해외 반출을 규제하면 이런 재활용 업체의 사업은 타격을 입는다.

 재활용을 통해 새고 있는 희유금속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희유금속은 매장량이 적고 소수 국가들에 자원이 집중돼 있으나 IT·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늘고 있는 인듐·코발트·몰리브덴 등 고부가 금속 자원을 말한다. 국제 원자재가 인상과 자원 민족주의 확산으로 수급 불안도 커져 최악의 경우 한줌의 금속 때문에 국내 IT 산업이 마비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작년 희유금속 수입액은 118억달러로 2002년보다 285% 늘었다. 중량 기준으론 12% 늘어난 39억㎏이었으니 단가 인상 폭이 훨씬 큰 셈이다. 희유금속은 휴대폰·LCD·반도체 등 디지털 기기와 2차전지·매연저감장치 등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수요는 계속 늘지만 가격은 과거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주목받는 대안이 재활용. 세계적 첨단 디바이스 생산·소비국인 한국은 폐디지털 기기에서 유가 금속을 수거하는 ‘도시광업’에도 유리하다. 우상모 나인디지트 사장은 “해외 광산 개발과 함께 리싸이클 기술 개발과 수거 시스템 확립을 병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희유금속 재활용을 위한 기술과 제도 모두 걸음마 단계다. 금·은·동 정도만 재활용이 활발하고 LCD 소재인 인듐이 최근에야 국내서 재처리되기 시작한 정도다. 관련 업계는 영세해 고난도의 재처리 기술은 엄두도 못 낸다. 재활용 업체의 78%가 100인 이하 중소기업이고 매출 대비 원소재 매입 비율이 90%에 달해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폐금속 유통 구조가 음성적이고 비효율적이라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 것도 문제. 스크랩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시장이 작고, 시장이 작으니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악순환이다. 국내 희유금속 스크랩의 70∼80%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통계도 없다.

 정부도 최근 희유금속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희유금속 산업위원회를 구성, 발전전략도 만들고 있다. 국내서 소비된 금속 자원은 국내서 재처리하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현재 주력 산업과 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희유금속의 수요 파악과 희유금속 저감 및 대체 기술 개발도 과제다.

 최국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금속 값이 오르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다 안정되면 흐지부지되곤 했다”며 “환경 규제 뿐 아니라 자원 확보라는 차원에서 제도적·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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