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의 재산은 돈이 아닙니다. 수많은 벤처기업과 기업가를 만나서 쌓은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이죠.”
지난 6월 팰러앨토의 ‘코우파 카페’에서 만난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는 VC의 진정한 자산은 경험과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VC가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실제로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수십년간 쌓인 VC들만의 데이터베이스(DB)라는 것이다. 블루런벤처스는 노키아가 설립한 VC로 지난 2002년 국내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업인 와이더댄에 투자하는 등 이미 국내에서 4∼5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가장 최근에 투자한 국내 기업은 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추격자’의 투자배급사인 밴티지홀딩스다.
VC의 DB에는 수많은 기업의 역사와 성공·실패 요인을 기록한 것 외에 투자 대상을 물색하며 쌓은 엄청난 인맥도 포함된다. 소문도 물론 VC에게는 엄연한 정보다. “몇 년 VC로 일하다 보니 기업이 성공하는 몇 가지 요인과 실패하는 몇 가지 요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정보가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실패 요인이 몇 가지 있다고 해서 투자하지 않는 건 아니다. 특정 분야에 분명한 강점이 있다면 VC의 DB를 이용해 실패요인을 없애는 게 바로 VC의 할 일이라는 지적이다. 윤대표는 “좋은 VC는 정말 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영진이 필요하면 좋은 경영진이 될 만한 인물을, 기술이 부족하면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VC의 인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VC의 조언을 간섭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창업자가 전문경영인을 인정하고 CTO로 물러나는 사례나 경영 방식이나 BM을 수정하는 사례도 흔하다. 그러나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는 윤 대표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런 방식에 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조언하면 이런 것까지 바꿔야 하느냐고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게 성공을 가로막는다면 과감하게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조언에 좀 더 개방적이 되면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서도 좀 더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표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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