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37)는 서울에 있는 직장까지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매달 40만∼50만원의 유류비를 쓴다.

최근 휘발유 값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빠듯한 월급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김씨는 내년 7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국산 첫 상용 하이브리드카 모델인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정식 출시되기 때문이다. 출고될 때 차량 가격이 가솔린 아반떼보다는 비싸지만 정부 보조금을 더하면 그다지 부담스러운 가격 차이도 아니다. 더욱이 유류비가 20∼30%만 줄어도 1년이면, 유지비 감소로 출고 때의 차액을 다 뽑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이미 서 있다.

기름으로 달리던 차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그 대신에 ‘자동차IT’ 시대는 활짝 열리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자동차 원가의 12∼13%에 불과했던 IT 관련 부품이 벌써 40%를 웃돈다. 곧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과 고무, 합성수지 등으로 조합된 이동수단이 각종 전자제어장치, 센서에 이젠 엔진을 구동하는 배터리, 위성항법장치까지 갖춘 그야말로 ‘그 시대 IT의 총아체’로 거듭났다.

세계 5위권에 올라선 자동차산업이 세계 최강의 IT와 만나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행 편리성, 안전 등에만 활용됐던 자동차 IT가 이제는 에너지 저감, 친환경, 즐거움에 안전까지 제공하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게 된다.

산업 칸막이를 뛰어넘는 융·복합화를 추진하는 정부도 연구개발(R&D)에서부터 제품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걸쳐 자동차와 IT의 결합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자동차와 IT가 따로따로 가면서도 세계 선도권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산업 단계였다면,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두 분야를 융합하는 길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산업 규모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키울 수 있다. 1(자동차)과 1(IT)을 더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3이나 4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실행 전략으로 ‘그린카’ 보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 ‘그린카’를 완성시킬 밑바탕이 바로 자동차와 IT의 융합이다.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순수하게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까지 IT를 실은 자동차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차량 IT 혁신센터를 가동하기로 한 것도 이런 진화의 한 단면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우리나라 하이브리드카 1호 모델을 내놓을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IT를 접목한 자동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한국이 전 세계 미래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만들고, 한발 앞서 제품화해낸다면 천문학적인 신규 수요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자동차+IT’ 정부 정책 방향

자동차와 IT산업 정책을 총괄하게 된 지식경제부는 두 산업이 가진 강점의 ‘융합’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구촌의 생존 이슈가 된 온실가스 저감, 화석연료 고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자동차와 IT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닦는 차원이다.

하이브리드카 등 대표적 미래형 자동차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난 91년부터 15년간 3단계에 걸쳐 고안전자동차(ASV) 개발사업을 진행했으며, 현재 4단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결과를 갖고 도요타는 자동감속시스템과 자동주차시스템을 상용화하는 성과를 얻었다.

유럽도 80년대 후반부터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를 통해 무인자동차 개발을 진행 중이며, 벤츠는 앞차와의 자동 거리조절 및 충돌예방 시스템을 개발해 자사 브랜드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4년 제정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종 R&D 지원과 기술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4년 하이브리드카 시제품을 세계 두 번째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공공 부문부터 하이브리드카 활용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미셰린 챌린지 비벤덤 연료전지차 경쟁에서 전 부문이 A등급을 받는 등 기술진화에 속도가 붙었다. 오는 2010년까지 총 8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능형 섀시통합 제어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향후 미래자동차시장에서의 우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 크게 △자동차용 반도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차량용 네트워크(VN) △인간교감형 인터페이스(HMI) 4개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자동차용 반도체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레이더센서, 자동차용 카메라, 자이로센서 등 미래 지능형자동차에 필요한 요소 반도체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임베디드SW는 충돌예방시스템, 운전자정보시스템, 텔레매틱스, 오토PC 등 거의 전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 미래 차량이 운전자의 조작과 함께 SW로 움직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차량용 네트워크시스템은 도로주행의 안전성 확보, 차량 간 네트워킹, 초고속 무선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이다. 제2의 생활 공간으로 변모하는 미래자동차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분야다. 유무선 분야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가 미래 차량용 무선네트워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망 분야기도 하다.

인간교감형 인터페이스는 차량과의 음성대화, 음성인식 등을 해낼 수 있는 핵심 시스템이다. 특히 전면 유리창이 안전한 운전을 보장하는 각종 정보와 위험 요소를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최첨단 디스플레이로 변모하는 핵심 기술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