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미래경영]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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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 더 이상 미래 학자만의 고민 대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며, 틀리든지 맞든지 간에 예측을 하고 평가를 한다.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한두 해 앞을 보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10년에서 100년 이후의 국가를 예상하고 움직인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강하게 나타났다. 사회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게 됐으며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일부 미래학자만이 미래에 대비하라고 외쳤지만, 이제는 국가 조직이 나서서 연구를 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설계, 실행은 국가 행정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하루의 생존이 과제인 기업들이 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과 달리, 국가는 장기 비전으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미국은 ‘국가정보위원회(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를 중심으로 미래전략을 연구한다. 지난 1973년 설립된 NIC는 중장기 전략적 사고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NIC는 학술계와 민간의 비정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보위원회의 시야를 넓히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NIC는 국가정보국(DNI)의 지원 아래 정책 결정자들의 질문에 주요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 임무로 한다. 정보위원회가 가진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재할당해 다양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특히 동아시아·유럽·러시아 등 7개의 지역별 조직과 경제·군사·과학 등 6개 이슈별 조직으로 구성돼 전략적인 계획과 분석 및 보고서 생산의 효율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미래 전망(Mapping the global future)’ ‘글로벌 트렌드 2010’ ‘글로벌 트렌드 2015’ 등의 보고서로 유명하다.

△스웨덴 미래학연구소=스웨덴은 지난 87년부터 ‘미래연구원(Institute for Futures Studies)’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독자적으로 또는 유관기관과 함께 장기 분석 및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미래의 위협과 기회에 관한 공개적이고 광범위한 대중 논쟁을 유도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소는 독립적인 공공 연구 기관이며 운영 자금은 국가 예산과 공공 및 민간 자본의 기부를 통해 마련한다. 대표적인 보고서로는 ‘미래 형성하기(Shaping the future)’ ‘EU에서의 인구 변화와 경제성장 간의 관계’ 등이 있다.

△핀란드 미래위원회=지난 1993년 발족한 ‘미래위원회(The Committee for the Future)’는 국가 미래전략의 수립과 수행 및 국가 미래보고서 작성을 담당한다. 위원회는 미래의 어렵고 광범위한 이슈에 대한 정부와 의회 간의 논의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국회의 기술 평가를 조직하고 운영할 뿐 아니라 미래학 연구 방법론을 비롯한 학문적 연구도 담당한다.

위원회는 특히 총리실에서 전문가 및 연구기관의 자문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 국무회의의 승인을 거쳐 의회에 제출한다. 이후 각종 포럼 등의 개최를 통해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한 여론을 수립한다. 또 15년의 미래 장기전략을 다룬 보고서를 4년마다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보고서로는 ‘민주주의와 미래’ ‘변화에 보조 맞추기’ 등이 있다.

△영국 미래전략처=영국은 지난 2002년에 설립된 ‘미래전략처(The Starategy Unit)’를 중심으로 미래전략을 연구한다. 미래전략처는 공공 정책 혁신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수상에게 전략 보고서와 공공 정책을 제공한다. 미래전략처는 총리의 국내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국가전략을 검토하고 정책 자문 역할을 한다. 또 국가의 전략적 역량을 제고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각 부처를 지원한다. 비정기적 전략적 감사를 통한 긴급 현안과 도전과제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긴급성보다는 중요성에 초점을 두고, 특정 문제에 관련된 팀별로 4∼6주간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다. 또 투철한 분석과 증거에 기반한 접근을 강조,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둔다. 공무원과 NGO, 학계, 민간, 해외 관계자 등 다양한 싱크탱크 풀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고서로는 ‘영국의 미래 전략 변화’ 등이 있다.

△호주 ‘2020 호주 미래최고회의’=호주는 올해 들어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인 ‘2020 호주 미래최고회의(Australia 2020 Summit)’를 설치했다. 국가의 장기 미래 전략 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며,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공공 토론에 부치기 위한 포럼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회의는 특히 2020년까지 장기적인 미래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 열 가지 중요한 분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10가지 분야에는 △생산성 어젠다(교육·기능·과학) △호주 경제의 미래 △인구, 지속가능성 기후변화와 물 △지방의 산업과 공동체의 미래 방향 △장기적인 국가 보건 전략 △공동체와 가족 지원 △호주의 특성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연구 △창조적인 호주를 연구(미술과 디자인의 미래) △호주 정부의 미래(새로운 민주주의)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미래 호주의 안전과 번영 등이다.

김규태기자 star@

◆ 각국 성공사례-프랑스, 노르웨이, 두바이의 성공신화

 국가 기관의 미래 예측 프로그램이 다소 허무맹랑하다는 인식을 깬 것은 최근 몇몇 국가에서 행한 예측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출산율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출산 장려 정책을 펴면서 지난 93년 당시 1.66명이던 출산율이 지난 2007년에는 1.98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뛰어올랐다.

 유럽의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원유 문제 예측에서 시작했다. 국부의 상당 부분이 북해 유전에서 나오고 있는 노르웨이도 석유 매장량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고민 때문에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90년 석유 기금을 만들고 인구의 고령화와 석유 수익 감소로 인한 재정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지난 2007년 6월 현재 384조원의 기금을 조성, 유럽에서는 가장 많고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모으게 됐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의 현재 모습도 미래에 대한 대담한 예측에서 비롯됐다. 두바이는 원유 매장량이 다른 중동의 국가에 비해 부족했고, 원유는 얼마 안 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원유의 경제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부동산, 관광, 무역, 금융 영역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로 계획했다.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부처·기업·학계 등의 미래연구가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각각의 정부부처와 산하 연구소에서 해당 분야와 관련된 연구만 일부 수행하는 정도였다.

옛 산업자원부가 미래생활산업본부를 지난 2004년에 만들었으며 옛 기획예산처는 2005년에 재정기획국을 두었다. 옛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미래전략본부와, 미래전략 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한 이후 통합된 지식경제부에는 경제정책국 내에 미래전략과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국책연구소로는 지난 2002년 이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미래전략에 대해서 학술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며, 지난 2006년에는 미래전략연구실을 만들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거의 모든 후보가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부처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이번 정권에서는 지경부 내의 미래전략과와 함께 대통령 자문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를 지난 5월에 본격 가동했다.

위원회는 미래전략·사회통합, 미래외교·안보, 미래환경, 미래경제·산업, 소프트파워의 5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에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 28명에게 민간위원을 위촉하기도 했다. 또 도미니크 바턴 매킨지 아·태담당 회장을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장에,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박사를 국제자문위원에 각각 위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