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상용 휴대폰은 1983년에 모토로라가 선보인 다이나택(DynaTAC)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8년에 역시 모토로라의 다이나택8000이란 모델이 최초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무게와 크기 때문에 ‘벽돌폰’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다이나택 이후로, 국내 업체에서도 국산 휴대폰 개발에 성공했고, 이제 20여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CDMA 서비스에 성공한 1996년으로부터 몇 년 후, 나는 휴대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때 선배나 동기들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프로그래머가 거기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시는 단말기 제조사마다 무게, 크기와 같은 외형이 화두가 됐던 시절이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역할은 미미했던 때였다.
이후 음성통화뿐만 아니라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이 요구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역할이 커지게 됐고, 단말기에서 경쟁의 화두는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으로 확대됐다. 덕분에 허구한 날을 새로운 기능 구현과 그에 따른 버그들과 씨름하게 됐고,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주위 친구들은 “그 쪼그마한 휴대폰에 웬 버그가 그리도 많으냐”며 신기해했던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감성’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가미됐다. 햅틱 기능도 그중 하나다. 나는 이제 휴대폰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일에서, 휴대폰에 이러한 ‘감성’을 더해주는 기능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햅틱’ 하면 주위에서는 생소하게 여겨 “이게 그리스어로 촉각이라는 뜻인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긴 설명을 해주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사람의 동작에 반응하는 휴대폰은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닌, 필수 기능이 됐다. 앞으로는 휴대폰으로 따뜻하고 풍성한 감성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엄친아’ ‘엄친딸’이 회자되는 시대에, 이제 휴대폰도 사람을 닮아, 잘 생기고, 똑똑하고,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다. 앞으로 20년 후 우리는 어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게 될까. 휴대폰의 진화는 끝이 없다. 상상 자유!
이은경 이머전코리아 차장 eklee@immers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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