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위피 폐지, 신중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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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지금, 이동통신업계는 스마트폰의 확산을 통하여 시장 중흥을 이루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음성통화로는 더 이상 성장의 한계가 있기에 유무선 통합이나 방송통신의 융합,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구현하기 위하여 PC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스마트폰의 보급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PC에서 MS와 같은 특정기업의 독과점적인 구조를 만들지 말자는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으며 이는 개방형 OS의 춘추전국시대를 열게 했다.

 노키아의 심비안이 개방형 OS로의 변신을 꾀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맥OS 등이 개방형을 선언하며 폐쇄형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을 압박하고 나섰다. 개방형 OS의 선두주자인 리눅스 진영도 리모연합을 통하여 점차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 유수기업들이 자신이 만든 개방형 OS에 힘을 싣는 이유는 플랫폼 기술을 주도해야만 서비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 계산에 의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2년부터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를 만들어 국내 시장에 4000만대 이상을 보급시켰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위피의 지속적인 발전보다는 자신들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배타적인 자세로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 사이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개방형 OS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꾸준히 지배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2, 3위의 휴대폰 제조사가 있다. 또한 무선인터넷 ARPU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이통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선인터넷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산업은 더 이상 단순이 휴대폰을 파는 산업이 아니다. 하드웨어와 결합된 서비스 상품을 파는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플랫폼임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최근 외산 단말기 도입의 걸림돌이라는 명분으로 위피 의무 탑재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플랫폼 시장은 한번 적응하려면 최소한 2∼3년 이상이 소요되는 시장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솔루션, 콘텐츠 업계가 개방형 OS에 익숙해 지려면 몇 년의 노력이 필요할 지 모르며, 이 사이 해외 솔루션, 콘텐츠업계에게 우리시장을 그대로 내어 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솔루션 회사들은 저마다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시장 확대를 위해 나름대로 해외로 진출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솔루션 회사들이 대부분 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자신이 진출하는 나라에 협력 관계에 있는 솔루션 회사들을 자연스럽게 동반 진출시켜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과 중소 솔루션 업체의 상생을 통한 발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5년 탑재 의무화로, 이제서야 솔루션 및 콘텐츠 개발 환경으로 자리 잡힌 위피를 폐지하자는 논의는 국내 이통통신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제조사, 이통사, 솔루션, CP사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피를 발전시키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나라 이동통신 생태계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종식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장 kmichael@inno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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