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B 업계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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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중소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들이 기진맥진했다. 높아진 원자재가에 계속되는 판가인하 압력, 인력난까지 겹친 삼중고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몇몇 업체는 한계선에 다다랐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업계는 이대로 가다가 산업 전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전히 높은 원자재가=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국제 구리 가격이 일시 하락했지만, 지난 4년간 워낙 큰폭으로 상승한 탓에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2년 파운드당 71센트에 불과했던 국제 구리가격은 2005년 1.67달러, 2006년 3.05달러, 2007년 3.23달러로 올랐고 올해 들어 한때 4달러를 넘는 등 고공 행진을 지속했다. 치솟은 구리 가격은 PCB 재료비 원가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연성동박적층판(FCCL) 도입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아직은 일부 FCCL 업체만 공급가를 인상했다. 그러나 FCCL 공급자들도 한계가 있는 이상, 이대로 고가격이 유지되면 연말께 대대적인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하반기 단가 인하 폭탄=삼성전자·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지속적인 판가 인하 압력도 큰 부담이다. 특히 지난 상반기 PCB 단가 인하폭이 미미했던 탓에 하반기에는 훨씬 큰 폭의 인하 압력이 가해졌다. 3분기 들어 일부 PCB 업체는 품목별로 적게는 2∼3%, 많게는 7∼15%까지 가격을 깎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 PCB 업체 사장은 “중국·대만 등 저가 제품의 공세수위가 높아지면서 범용 부품 가격 인하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공급가를 내려 물량이나마 보장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력 수급 만만치 않아=최근에는 인력충원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PCB 전문업체들이 집중된 안산으로의 인구유입이 정체상태인 데다 과거와 달리 외국인 연수생 고용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인 연수생들은 내국인과 동일 급여에 별도의 숙식까지 제공받는다.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높다. 외국인 연수생들을 해고하는 업체도 생겼다.

업계는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KPCA·회장 박완혁)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대만전자회로산업협회(TPCA)처럼 세트업체들의 과도한 판가인하 압력에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혹은 2% 남짓한 수익률을 내는 국내 PCB 업계에 10% 내외의 인하폭은 가히 살인적”이라며 “적어도 원자재 등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 등 자구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PCB가 범용부품이 된 이상, 기술장벽이 낮은 제품군에서 중국·대만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뉴프렉스는 광섬유 PCB·다이렉트 라이팅(DW)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엑큐리스·SEP라이팅은 LED 모듈용 PCB 양산을 준비 중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