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덕분입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화에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휴대폰’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민주주의의 사각지대 아프리카 대륙에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투명 선거를 가능케 하는 모바일 감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되고 있다는 것. CNN은 ‘독립 미디어’ 휴대폰이 과거 독재정권의 불법 선거로 신음해온 검은 대륙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고 전했다.
◇검은 대륙 휩쓰는 휴대폰 열풍=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터넷 등 타 통신 수단에 비해 접근성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디아나대학의 아프리카 정치 전문가인 셀던 겔러 교수는 “아프리카 인구 중 극소수만이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다”며 “대신 휴대폰은 아프리카 전 지역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유선전화 가입자는 1만명에 불과하지만 휴대 전화 가입자는 최근 5년간 1백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는 지난 2001년 50만명 수준에 그쳤던 휴대폰 사용자가 2007년 3000만명까지 치솟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올초 아프리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2억7000만명이며 연말에는 3억3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주의 수호자, 모바일 인프라=“지난 2006년 세네갈의 지방 선거에서 한 라디오방송국은 통신원들이 휴대폰을 통해 선거 현장의 부정 행위 등을 실시간으로 전하도록 해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셀던 겔러는 한 리포터가 투표함을 몰래 훔치는 후보를 적발해 즉각 휴대폰으로 고발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민주주의공동체회의’의 밥 라감마 이사는 지난해 치러진 나이지리아 선거에서 일명 ‘병행 보도(parallel reporting)’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의 유권자들이 투표결과를 휴대폰으로 퍼뜨리는 동시에 부정 행위를 고발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같은 방식은 올해 짐바브웨 선거에서도 활용돼 집권여당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투표 결과를 발표하려는 것을 저지하기까지 했다.
◇‘열린 아프리카’ 앞당기는 IT 기술=버클리대학의 레오나르도 아리올라 교수는 “아프리카 휴대폰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모바일 인프라의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민주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전문가들은 새로운 IT 기술이 독립 미디어의 강화, 권력 분산, 지방자치, 여성의 권위 향상 등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가 직면한 근본 과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셀던 갤러는 “신기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분명 아프리카 대륙의 참여 민주주의를 가속화할 수 있는 필수 요건임에는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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