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유감스러운 금강산 피격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 협력에 나서기 기대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될 변화의 호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을 계기로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회복되기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실 분단 이래 남북 관계는 경색과 회복을 반복했다. 현실 공간에서 통일을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와 전망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다르다. 현실공간보다 남북통일이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남북 통일과 통합을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지만 사이버공간은 그렇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이제 남북 문제에서 현실 공간 못지않게 사이버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관련 당국과 단체는 사이버 공간의 남북통일에 눈을 돌리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IT 분야 대선 공약 중에는 ‘남북 간 인터넷 교류 협력 프로젝트 수립’과 ‘남북한 한민족 사이버공동체 구축을 위한 남북협의기구 설치’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 공약을 보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남북 통일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말뿐이고 전혀 추진이 안 되고 있다.
남북 분단하에서 통일 또는 통합을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그동안 정치적 노력뿐 아니라 경제적인 교류협력도 활발히 진행돼왔다. 그러나 그 성과를 놓고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 견해가 공존한다. 이제부터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이 현실 공간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남북통일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교환교수로 미국에 머무는 동안 재외 교포나 외국인들이 남북 통일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 기여를 많이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을 것이다. 이들을 활용해 ‘남북 통일을 위한 포털’ 같은 것을 구축해 국내외에 산재한 통일을 위한 정보와 노력을 결집하면 어떨까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통일은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 민관이 협력해 국내외 탈북자, 해외동포, 외국인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공동체)를 구축, 활성화하면 통일비용을 줄이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이 하나될 수 있는 사이버 공동체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려면 정치적·법적·문화적으로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 요소가 있다. 그렇지만 IT 등 관련 전문가들이 역량을 결집한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남북 협력과 통일을 위한 좋은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북한의 인터넷 개방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인트라넷을 인터네트라고 해 사용하고 있는데, 외부 망과 연결돼 명실상부한 인터넷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도 서서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를 차단한 것도 하루속히 해제해야 할 것이다. 현실 세계건 사이버 공간이건 남북 통일이 되려면 우선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에 나가면 얼마든지 북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ebiztop@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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