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킬러앱’ 1순위로 꼽혔던 전자상거래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는 틈새 산업이 아니라 이제는 유통업계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유통가의 맏형격인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인터넷 인구도 늘 뿐 아니라 생활 속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 유무선 인터넷 통합이라는 기술 변화의 시기를 맞아, 전자상거래는 또 다른 도약의 꿈을 꾼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인터넷 쇼핑몰의 진화는 살펴보는 것은 올림픽 경기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성장하는 산업, 전자상거래=우리나라 인터넷쇼핑 시장은 거래액 기준으로 지난 2001년 이후 연평균 29.5%씩 성장했다.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거래된 금액은 15조8000억원에 이른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6년에는 슈퍼마켓을 제치고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어 3대 유통채널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의 성장세로 볼 때 2008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해 백화점의 판매액마저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터넷 쇼핑이 전체 소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해 지난 2006년에는 7.4%에 이르렀다. 이는 2.8%인 미국, 2.9%인 일본을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과 확산이 빠른 우리나라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불황은 인터넷 몰의 기회=최근 1∼2년간 내수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들은 거래액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 산업이 불황 속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유통과정을 축소해 전통적인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는 ‘인터넷=저가’라는 생각이 확산돼, 고물가 시대에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이 제공할 수 있는 가격 비교 기능도 한몫했다. 다나와·에누리닷컴·네이버 등의 가격비교 검색 기능으로 거의 모든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매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서 확인해야 하는 것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를 인터넷에 묶어뒀다.
구영배 G마켓 사장은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됐다”며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하던 사람들도 인터넷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종합몰, 오픈마켓, 전문몰 활기=인터넷 종합몰 업체인 GS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농수산홈쇼핑 등의 인터넷 부문도 성장세가 거세다. 무점포 유통의 대표주자로 지난 10년간 급성장한 TV홈쇼핑은 이제 시장 포화 상태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홈쇼핑 회사들은 인터넷 부문에 힘입어, TV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인터넷몰 전문업체인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은 홈쇼핑 회사의 인터넷몰과 함께 인터넷 쇼핑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홈쇼핑사들이 백화점과 유사한 개념이라면, 오픈마켓은 전통적인 시장과 유사하다. 소상공인들이 판매자로 참여하는 오픈마켓은 지난 2001년 이후 전자제품 등 공산품 유통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이제는 의류·액세서리 등 패션산업뿐 아니라 식자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종합몰과 오픈마켓 틈새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인터넷 쇼핑몰도 있다. 인터넷 몰인 패션플러스, 1300K, 제로마켓, 구매대행 인터넷 쇼핑몰인 위즈위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몰로 불리는 이 쇼핑몰들은 제품의 신뢰성,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대형 쇼핑몰 사이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융합 시대, 날개를 달듯=유선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인터넷 쇼핑몰은 최근 급속도로 대중화되는 무선인터넷, 인터넷TV(IPTV)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지난 4월 이후 휴대폰을 통한 무선인터넷 쇼핑 비용이 사실상 무료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선 고속 데이터 통신과 ‘풀부라우징’ 기능으로 유선 인터넷을 휴대폰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시범적으로 무선인터넷몰을 운영했던 쇼핑몰들도 하반기 들어 판매 상품을 늘리는 등 무선몰을 확대한다.
새로운 TV플랫폼인 IPTV와 디지털케이블도 인터넷 쇼핑몰에는 기회다. TV홈쇼핑사들은 100만이 넘는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에게 ‘리모컨 쇼핑’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IPTV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카탈로그를 서비스한다. IPTV 서비스 회사인 하나TV에서는 하나TV쇼핑이라는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며, KT 자회사인 KT커머스는 메가TV쇼핑을 운영하면서 IPTV를 통한 쇼핑몰 구축에 한창이다.
◇넘어야 할 과제=인터넷 쇼핑몰이 2.0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소비자의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상 지적돼온 이른바 ‘짝퉁’(가짜제품) 판매와 인터넷 사기 등의 극복이 필요하다. 또 인터넷 쇼핑몰은 질이 좋지 않은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는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아울러 사후관리와 인터넷 사기에 방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앞으로 유통시장에서의 인터넷 쇼핑몰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 e트러스트인증제도
‘신뢰성을 확보하라.’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을 선택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이 이 업체를 믿을 수 있는지다. 인터넷 쇼핑몰은 그 나름대로 검증 절차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제3자가 참여한 공증 절차를 거치게 되면 소비자의 믿음은 커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전자신문사와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주관하는 ‘e트러스트 인증’이다. 웹사이트의 소비자보호, 개인정보보호 정책 및 구매의 모든 과정을 평가하고, 일정기준을 만족하는 웹사이트 운영업체에 e트러스트 마크를 부여한다. 인증을 통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를 향상시키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
인증 대상은 3개월 이상 영업한 인터넷 쇼핑몰이며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정책 등을 포함해 전자상거래 관련된 구매 전 과정과 비즈니스 모델의 적합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특히 거래 과정, 상품배달 및 교환·반품 등 사이트 이용의 편리성과 안정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또 기업·상품정보와 시스템 보안 등을 점검한다. 개인정보 보호, 고객의 사후관리 서비스도 평가 대상이다. 아울러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른 사이트 적합성도 따진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내부심사와 외부전문가 심사결과를 합산해 최종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인증업체는 감시활동을 펼쳐 사후관리를 한다.
e트러스트 인증제도로써 전자상거래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증을 활용해 중소 인터넷 쇼핑몰은 자사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세계 온라인 인증마크 운영기관과의 공동협력으로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인터넷 거래의 안정성 및 편리성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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