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CIO에게 고전을 권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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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쯤 전자신문에 기고한 ‘아름다운 휴먼네트워크 CIO클럽’에 대해 많은 분이 격려해 주었다. 우리나라 정보담당중역(CIO)들은 IT 지식이 해박하고 성실하나 휴먼네트워크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성과에 대한 표현력도 부족해 회사에서 그 역할이 축소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CIO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사회 풍토까지 만들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반면에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내세울 것은 IT밖에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사회적 관심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내용을 지적해 주었다. 격려건, 우려건 모두 IT 분야를 사랑하고 우리 CIO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우리 CIO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휴먼네트워크’ 외에 권하고 싶은 것은 ‘고전에서 배우자’는 것이다. 지난번 기고문에서 또 다른 주요 내용은 우리가 사회 초년생일 때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실력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휴먼네트워크’가 출중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정점에 가서는 이상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 중에서 ‘운’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는 게 요지였다.

 인생 경륜에 따라 성공 조건이 달라진다는 이상의 논리는 논어의 다음 구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그 내포하는 의미가 비슷해진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배움의 즐거움을 표현한 첫 구절은 사회 초년생 시절 ‘실력’의 중요함에 비유할 수 있다.

 벗이 있어 즐거움을 표현한 두 번째 구절은 사회생활을 할수록 ‘휴먼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짐을 강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 정점에서는 이상 ‘실력’과 ‘휴먼네트워크’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히 ‘운’이 따라주지 않아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 하는, 위 세 번째 구절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얼마 전 서울대와 하버드대 학생들의 대출도서 종류를 비교해 보니, 서울대생들은 주로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를 읽은 반면, 하버드대생들은 고전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고전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기’를 배양해 준다면, 소설이나 에세이는 직장에서의 ‘응용력’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기본기, 응용력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사람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결국 어떠한 환경에서든 적응력이 뛰어나다. 응용력 위주의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의 적응력은 단연 탁월할지 모르지만 낯익지 않은 다른 분야에 가면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간 돈 안 되는 분야라는 이유로 찬밥 신세였던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이 최근 기업 경영에서는 물론이고 공공부문에서도 그 열풍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보아도 고전의 중요성을 간파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계철학대회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유치해 성황리에 개최됐으며 서울대 인문학최고위 과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열풍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대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아왔던 철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고 개설한 대학 수도 증가일로에 있다. 심지어 미 국방부는 인문학에서 세계안보 위협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프로그램인 ‘미네르바’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 독자들은 뉴밀레니엄 첨단 지식정보화 시대에, 그것도 동시대의 첨병인 CIO들에게 왠 생뚱맞는 고전을 권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지난번 내 기고문에서 나오는 미국 교수가 많은 CEO를 다년간 인터뷰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같은 진리, 나 또한 어렵사리 깨달은 것 같은 진리, 즉 인생 경륜에 따라 성공 조건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공자는 아득한 2500년 전쯤 이미 터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케케묵어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CIO들이 고전에 관심을 갖고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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