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를 연료로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매우 ‘비싼 차’ 대열에 든 때가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경유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자 ‘이렇게 비싼 차를 몰고 나오셨나?’ 하는 시선이 넘쳤다. 하지만 연료비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디젤차량은 이제 ‘비싼 차’가 아닌 ‘좋은 차’라는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연료절감에서는 단연 하이브리드카가 독보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일반인이 구입할 만한 차종이 국내에는 없다. 이 때문에 디젤차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연비는 물론이고 친환경적이고 승차감도 가솔린차에 못지않다.
이를 보여주듯 국내에서 가장 많은 SUV 차량을 생산하는 쌍용자동차의 7월 판매대수는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차 업계의 앞다툰 디젤승용차와 SUV 출시 역시 디젤차량의 수요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디젤차는 휘발유차 대비 연비가 30% 이상 좋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실제 주행에서 휘발유차나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공인연비에 근접한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순간적인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토크’도 높아 짐을 싣거나 고속주행을 해도 연비에 악영향을 덜 받는다. 이런 이유로 환경 규제가 엄격하기로 알려진 유럽은 전체 차종의 60% 이상이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다.
국내에서도 기아차의 소형차 ‘프라이드 해치백 디젤’과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 디젤’은 공인연비가 각각 20.5㎞/L에 달한다.
쌍용자동차가 2009년형 ‘수퍼 렉스턴’ ‘리얼 SUV 카이런’ 등에 적용한 디젤엔진 ‘XDi270’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이 엔진은 차세대 첨단 커먼레일 직접분사 디젤엔진으로 저소음, 저진동, 저공해를 실현했다. 벤츠와 동일한 수준의 내구테스트로 장시간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고 완벽한 연소시스템으로 친환경적이다.
수입차 역시 신기술을 적용한 디젤차량에 승부수를 띄웠다. 폴크스바겐·아우디·벤츠·BMW·푸조 등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친환경 디젤차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그룹의 TDI, 벤츠의 CDI, 푸조의 HDi 같은 디젤엔진은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기술력이 투입됐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디젤’은 ‘듀얼클러치 변속기’라는 첨단 장치를 조합해 연비가 15.7㎞/L에 이른다. 중형세단 ‘파사트 2.0 TDI’ 모델도 경유 1리터로 15.1㎞를 달린다. 푸조 ‘407’ 수동 모델도 배기량이 2L지만 힘 좋은 디젤엔진을 얹어 가속성능이 뛰어나다. BMW코리아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 모델인 X6으로 디젤시장을 달구고 있다. BMW는 여기서 늦추지 않고 연말께 3시리즈와 5시리즈 디젤 세단을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콤팩트 SUV ‘티구안’으로 국내 SUV 시장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벤츠는 이미 1936년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인 ‘260D’를 출시한 데 이어 현재 세계 디젤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커먼레일 CDI엔진을 개발했다.
수입차업계는 최근 유류가격이 하락하면서 디젤차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동훈 한국수입차협회장은 “경유차의 매력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유가 상승과 연비의 효율성을 따져보면 결국 경유차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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