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남북간 인터넷 `서로 사맛`(상호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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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제주로 휴가를 갔다. 당시 제주는 불볕더위였다. 공항에 내리자 말자 ‘아래아한져옵서예’가 눈에 띄었다. 현대표기법으로 옮기면 대부분 ‘한저옵서예’라 해야 할 것이다. 훈민정음 서문에 그 유명한 ‘서로 사맛디 아니 할세’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두 사맛지 아니 할세로 표기되고 있다. 이는 모두 ‘ㆍ(아래 아)’ 라는 근거가 희미한 음가 고증 때문인데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최근 한국어정보학회 반재원 이사는 초성의 종류에 따라 ‘아어오우’의 네 가지로 발음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정음으로 적는 21개 외국어 쓰기’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정음 창제가 나랏말뿐 아니라 모든 언어를 적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증명한 저서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명칭이 ‘아래 아’가 아니라 ‘가온(가운데) 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옛 글자를 인쇄할 수가 없어 수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한다. 한글 세계화를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IT강국이라고 말로만 떠드는 이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반 이사 표기대로라면 ‘서로 사맛’은 ‘서로 소멋’이고 ‘사맛’으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는 좀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맺히는 대목이 적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은 모든 지구인이 통하는 서로 사맛 시스템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남북 간에는 그러하지 못하다. 흔히 인터넷 개방이 체제 붕괴를 유발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북이 이를 극력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다분히 자기 논에 물 대기 식 편견에 불과하며 남북 간에 떠도는 허깨비 미신 중 하나다. 그들은 제한적이나마 국제 간에도 인터넷을 개방해 세계인과 서로 사맛고 있다. 다만 우리들과는 서로 사맛지 아니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4년에는 남·북·중 3국이 인터넷을 통해 학술 논문집도 발간했다. 이때 남·북·중 3국에서 웹하드를 공동으로 설치했는데 당시에는 생소해서 우리 측 전문가들마저 열고 들어가기 힘든 데 비해 북의 전문가는 샅샅이 훓어 결국 3국 논문편집을 북에서 주도한 일이 있다. 인터넷 보편 개방은 북에서 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장비 도입이 어렵고 재원 염출의 어려움도 겹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식별자(locale)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지역식별자란 나라마다 지역마다 고유한 문화적 언어적 전통을 코드로 바꿔놓은 것으로 ISO 표준에는 113 종이 정의돼 있다.

 

 #지난 7월 초순 북으로부터 지역 식별자에 대한 국제 특임위원회를 여는 것에 동의한다는 서신을 받았다. 작년 11월 27일 합의 제안에 대한 조그만 회신이고 내용도 일보 전진한 제안이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많은 실정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방송통신학회가 8월 6일 오후 1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디지털 리더십과 인터넷 서로 사맛’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남·북·중 3국 통합 지역식별자에 대해 토론이 있을 예정인데 이의 핵심은 언어와 국명 코드다. 언어코드는 ‘3벌식 정음아스키’를 새롭게 규정해 세계 표준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국명도 KR(Republic)나 KP(Peoples)처럼 분리된 모습보다는 KO란 통합 모드가 낫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북에서도 동의하는 사항이다.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해 지혜를 보탰으면 한다.

 진용옥/한국방통학회장·경희대 전파공학과 명예교수

 suraeb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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