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일본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인터넷 평균 전송속도는 일본(93Mbps)과 프랑스(44Mbps)에 이어 3위(43Mbps)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IT 강국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질타와 우려가 이어졌다. 과연 그럴까.
90년대 후반 정보화 과정에서는 IT 하드웨어적인 외형이 중요한 평가지표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통신망·컴퓨터 등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로 휴대폰 강국, 초고속 인터넷 강국, 반도체 및 LCD 강국을 이뤘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특히 지식정보사회에서 초고속 통신망은 국가의 기본 인프라일 뿐이다. 궁극적인 부의 창출은 초고속 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활용은 주로 소비와 오락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만 편중돼 있다. 지식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과 생산 활동뿐 아니라 물류·재해 방지·교통난 해소·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하는 인프라로서의 역할에는 미흡하다는 이야기다.
요즘 과학기술 연구개발 추세는 대형화·융합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과기 선진국가는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효율성 중심의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하고 성과 중심의 연구개발 관리 정책을 통해 인프라 정비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우위 확보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독일 국가연구재단(DFG)은 연평균 13억유로(약18조)의 예산을 약 2만5000개의 연구개발 과제에 지원한다. 이 재단은 1999년부터 운영한 연구개발종합정보시스템(GEPRIS)을 대폭 개선해 연구자 개인보다는 연구기관 단위의 성과관리 정책을 통해 새로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도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예산의회와 통상산업부 산하 과학기술국을 통해 연구평가 규정에 따라 배분, 관리되고 있으며, 주제 분야별로 연구의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연구개발 정보인프라 구축은 고등교육예산의회 산하 공동정보의회에서 총괄 주관한다. 연구개발 정보의 공동 활용을 위해 약 1400만파운드(약 270억원)의 예산 투자를 통해 연계 체제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큰 틀이 마련되지 않은 채 기관별로 개별적, 독자적으로 국가 연구개발 투자 및 성과 관리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체계성과 통일성이 크게 부족했다. 연구개발의 성과 관리와 이를 확산하는 노력 역시 미흡했다. 부처별로 추진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기획·조정·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국가 연구개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 분석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국가가 보유한 소중한 과학기술 지식과 정보를 기업, 대학, 연구소가 손쉽게 접하고 공동연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3월 국가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과 성과 확산을 제고해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다는 비전으로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NTIS)이 개통됐다. 사업초기 정부부처 간의 갈등 조정이 원활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10개 부처의 국가 R&D사업의 정보를 취합, 표준화 단계를 거쳐 서비스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15개 부처와 연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기술·산업정보시스템과 지역기술혁신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연구개발에서 상용화에 이르는 종합정보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각 부처에서는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관리하며, 업무 절차 또한 새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재설계한다면, 지식 인프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호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전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jhpark@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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