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강소기업]기고-홍석우 중기청장

　핵심 보안장비인 DVR(Digital Video Recorder)를 생산하는 I사는 2001년 벤처기업대상 대통령상 수상, 2002년 세계 베스트 중견기업 선정 등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선발주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회사의 성장에는 한계를 보였다. 당시 이 회사 CEO는 회사의 도약을 위해서는 세계 무대로 나가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수출과 해외조달시장 진출에 사운을 걸고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32개국 69개 회사에 납품하며 8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이 해외매출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만약 이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좁은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는 고만고만한 기업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굳이 I사의 예를 소개한 것은 현재 국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중소기업의 미래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경제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통계청의 수출입물가동향에 따르면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5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83.6%가 상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지금 세계 경제는 WTO 체제 구축과 함께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기업들은 정글과 같은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내놓은 우리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2002∼2006년의 수출 규모와 비중, 수출기업 수, 수출시장 보유 여부와 해외투자 등으로 살펴본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대부분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낀 ‘넛 크래커’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683억달러에서 1041억달러로 늘었지만, 수출비중은 42%에서 32%로 떨어졌고, 해외투자건수의 비중도 61.8%에서 48.0%로 위축됐다. 글로벌 경영자 역량 등 5개 지표로 분석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5점 만점에 2.21점에 불과했다.

　정부는 우리경제의 견인차인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선 수출기업의 저변을 확충하기 위해 잠재적 수출역량을 갖춘 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기업화에 필요한 다양한 패키지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수출역량에 따라 맞춤형 해외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REACH, RoHS 등 새로운 환경규제와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는 한편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폭등 등 외부충격에 대한 관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출유망품목을 글로벌 전략품목으로 지정해 시장다변화를 지원하고 있다.

　기술혁신 능력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은 강소기업(强小企業)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내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이라는 무한의 망망대해로 진출해 세계와 경쟁할 때 비로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즉생(死卽生)이라 했다. 두려움을 버리자. 정부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헤쳐 나갈 어둠의 망망대해를 훤히 비추는 등대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