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통하려면 시그널부터 맞춰라

 “잘못된 고환율 정책을 강행한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 국민과 시장이 기다리는 시그널(신호)이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실패한 경제 정책을 변경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시그널(signal)이란 게 뭔가. 사전적으로는 소리나 색깔, 빛이나 모양 등 일정한 부호를 사용해서 통신하는 방법이다. 부호마다 특정한 의미를 정했다. 그래야 의미(메시지)를 보내고 읽을 수 있다. 운전하면서 오른쪽 깜빡이(신호)를 켜면 우회전하겠다(의미)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좌회전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원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현 정부는 늘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떠나지 못한다.

 이따금 신호는 전하려는 메시지보다 더 강하다. 개각을 전후로 이명박정부는 성장보다 물가 관리에 더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성장에 무게중심을 둔 경제팀 수장의 유임이라는 신호 자체에 더 의미를 뒀다. “아, 이 정부는 아직 미련을 갖고 있구나.”

 섣부른 판단이지만 이명박정부가 보낸 신호와 국민이 받아들인 신호 사이에는 분명 이상이 있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어긋난다.

 대통령은 하필이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진 날 남북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 남북 대화와 피격 사건이 별개의 사안이라고 믿어 연설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실제로 두 사안이 별개인 게 맞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읽지 못했다. “멀쩡한 관광객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정서 말이다. 우익 보수층이나 진보 세력이나 모처럼 일치했다. 독도 건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언젠가 이렇게 돼야 한다. 그런데 독도 건이 터졌다. 정치권 일각에는 “일본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촛불 시위를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도 마찬가지다. 보내는 시그널과 받는 시그널이 맞지 않아 몇 개월째 광화문 대치가 이어졌다. 촛불시위대가 원한 시그널은 미국산 쇠고기가 불안하니 ‘안심시켜 달라’였다. 정작 청와대가 보낸 시그널은 이른바 ‘명박산성’이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이명박’이란 시그널 자체가 ‘대기업’이다. 그래서 이 정부는 중소기업을 더 정책적으로 살피겠다는 신호를 많이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출자총액규제와 금산분리규제의 완화 등 인수위 때부터 내보낸 시그널은 온통 대기업 위주였다.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중소기업인들은 시큰둥하다.

 통신이 가능하려면 프로토콜(protocol)이 맞아야 한다. 프로토콜은 컴퓨터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때의 통신방법에 대한 규칙과 약속이다. 시그널을 만드는 일종의 규칙이라 할 수 있겠다. 이명박정부는 국민과 시장과 프로토콜이 맞지 않아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이따금 성공해도 전한 시그널이 의도와 달리 해석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긋난 프로토콜과 시그널부터 제대로 맞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서 신호(信號)에 믿을 신(信)을 쓰는지 모르겠다. 받는 측에 계속 네 신호가 틀렸다고 해봤자 들리는 건 ‘뚜∼뚜’ 하는 전화 끊김음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