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아름다운 휴먼네트워크 CIO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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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되겠습니다!”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앞다투어 사용한 표현이다. IT 분야에 정통하고 또 우호적이라는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선거 당시에 본인이 더 IT를 많이 알고 CIO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우리 IT산업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수치적으로도 지난 10년간 IT산업은 우리나라 GDP 성장 기여도의 30%를 상회하고 지난해에는 국민총생산의 약 17%, 수출의 35%나 차지했다고 한다. 뉴밀레니엄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이해 IT와 산업이 기업이나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지식정보화 전략의 첨병이 바로 CIO므로, CIO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이야말로 기업이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업의 CIO들을 만나 보면 IT 지식은 해박하나, 휴먼 네트워크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또 자신의 성과를 표현하는 데도 부족한 면이 많다. CFO나 다른 임원이 자신의 공로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과 달리 성과를 포장하는 기술도 부족한 CIO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CIO들은 기술만 알고 경영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하며 예산만 축내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사례도 상당수다. 많은 CIO를 만나 보면 내심 ‘실력’은 있지만 인맥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기업 특성상 혹시나 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 적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러한 CIO들의 성향은 기업에서 CIO 역할을 축소하고 국내에서 성공한 CIO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사회 풍토까지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비 CIO들을 중심으로 CIO클럽을 결성해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하니, 너무 반가웠다. 서로 모이자고 연락이 오면, 오직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갑’ ‘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 휴먼네트워크’인가. IT지식이 해박한 CIO들이 늘고 있다는 것보다 훨씬 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휴먼네트워크가 중요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실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올라갈수록 ‘실력’을 갖춘 사람들 중 ‘휴먼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 성공하게 마련이다. 우리 인간은 한편으로는 이성의 동물로 실력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의 동물로 친분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본성에 가깝다. 합리적이라던 미국에서조차 텍사스사단, 아칸소사단, 캘리포니아사단 등과 같은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실력’ ‘휴먼네트워크’로도 해결되지 않는 또 하나가 있다. 어떤 모임에서 만난 미국 교수는 ‘미국 CEO들이 생각하는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란 화두를 던졌다. 참석자들은 비전, 리더십, 재력, 영업, 품질 등 모범답안인 듯한 용어를 쏟아냈다. 하지만 미국 서베이 결과는 매우 의외로 ‘운(luck)’이었다. 그 교수는 ‘미국 CEO들은 그 어떠한 것들도 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히 얘기했다. 극단의 성공은 ‘운’이 좌우한다는 것으로, ‘실력’과 ‘휴먼네트워크’를 갖춘 사람이 ‘운’까지 겹치면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평소 ‘실력’을 쌓고 ‘휴먼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외연을 넓혀 가면, ‘운’이 좋은 확률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휴먼네트워크, CIO클럽이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CEO나 사회 각계 인사 등 외연을 확대하길 기대해 본다. 그럼으로써 마지막 성공 관문인 ‘운’이 좋을 확률도 높여, 우리 IT 분야의 발전에 진정으로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름다운 휴먼네트워크로 작금의 불황을 타개하고 우리 경제 선진화에도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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