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그리고 중소 장비·재료업체들이 손을 맞잡은 것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 반도체 시장을 우리가 주도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메모리반도체 소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램버스(D램)나 샌디스크(낸드플래시메모리)에 매년 수억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국제 제품 표준의 리더십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장비·재료 분야는 반도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후방산업이지만 그동안 선진국 따라잡기에 급급한 수준이었다.
업계는 테라비트급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과정에서부터 소자 표준화를 공동으로 추진, ‘원천기술 개발→성능평가→표준화’를 체계적으로 연계하기로 했다. 장비·재료 분야에는 현행 300㎜ 생산라인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2012년 이후 펼쳐질 450㎜ 장비·재료 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산업 표준화=차세대 반도체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대·대·중소기업 기술협력 모델이다. 올 하반기에 반도체 표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기획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분야별로 본격적인 표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반도체산업협회 내에 국내 반도체 업계·학계·연구계를 포괄하는 표준화 협의체(KSSA:Korea Semiconductor Standardization Association)를 구성해 장비·재료·소자 등 분야별로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협의체에는 표준화 관련 기관인 기술표준원(소자)과 SEMI코리아(장비·재료)를 포함, 반도체산업 표준화 사업의 통합기구이자 국제 표준협력 창구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협의체 운영과 함께 국내 표준체계 수립·국제 표준기구 협력 활동을 위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 2012년 표준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장비·재료는 300㎜와 450㎜ 표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소자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연계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공동 R&D=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 초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 ‘스핀주입 자화반전방식 메모리(STT-M램)’ 개발 기획을 마치고 9월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2012년까지 240억원(정부·민간 각각 120억원)을 투입해 테라비트급 STT-M램 원천 기술을 개발, 성능평가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5년에 30나노 이하급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45% 이상을 점유해 국내 메모리업계의 세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포석이다. STT-M램은 D램의 빠른 속도와 낸드플래시메모리의 저장능력을 결합한 차세대 비휘발성메모리로 2015년에 5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장비·재료 성능평가 확대=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동부하이텍의 3사는 국내 중소업체의 장비·재료를 양산라인에 투입해 생산수율과 신뢰성 등을 비교평가·인증하는 ‘성능평가협력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40개 품목의 평가를 완료했다. 내달 시작하는 3차 성능평가사업부터는 장비·재료 기업별 맞춤형 기술지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성능평가가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각 국산화 TF와 국산 명품 장비·재료 육성 전략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국산화 전략을 통해 내년까지 총 6463억원 규모의 국산 장비·재료를 추가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정기자 mjjoo@
◆시스템반도체 발전 전략 들여다보니
‘2015년 매출 330억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0%’의 시스템반도체 강국 탄생을 위해 반도체업계와 정부가 함께 뛴다.
우선 업계 양대 협회인 반도체협회와 IT SoC협회를 통합함으로써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체계를 정비했다. 전 시장의 80%에 달하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발전방안을 공동 모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반도체산업 통합협회에 ‘팹리스 운영위원회’를 신설, 협회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지원의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경제부는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위한 4대 전략, 13개 추진과제를 업계와 공동 설정, 연구개발부터 해외 마케팅까지 지원한다.
◇유망기술의 전략적 개발=차세대 시스템 분야를 선정, 플랫폼 기반 R&D를 추진해 핵심 IP를 확보한다. 수입의존도가 큰 제품을 집중개발하고 산업 및 수입 통계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획단이 내년부터 2013년까지 600억원을 지원받는다.
◇선순환적 성장 환경 조성=시스템업체와 반도체업체의 협력 포럼을 구성·운영해 이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출연연을 중심으로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의 분야별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미래시장 및 기술로드맵을 기획한다. 유망 시스템반도체인 ‘스타 SoC’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도 이끈다. 판교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산업 클러스터 형성도 추진한다.
◇산업체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대학별 ITRC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길러낸다. 또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해 해외 유명 시스템반도체기업과 협력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해외우수기관의 공동연구활동을 활성화한다. 반도체산업전시회 등과 연계해 재외 한인 전문가 초청행사도 개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정보교류도 지원한다. 팹리스기업들의 해외진출 기반을 강화해 기술로드쇼를 개최한다.
◆권오현 반도체산업협회 신임 회장
“현 위기를 극복하고 ‘메모리 강국’에서 진정한 반도체강국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자”
권오현 반도체산업협회 신임 회장은 어려운 시황속에서 중책을 맡은 책임을 느끼고 반도체가 지속성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메모리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에도 불구하고 세계 3위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재료산업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시스템반도체발전전략’과 ‘차세대반도체 기술협력방안’을 지침서로 삼아 업계와 학계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해외에 크게 의존하는 부품소재 및 원천기술 개발능력 확보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끊임없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대중소 상생협력을 반도체 표준화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해선 구태의연한 방법보다는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상생협력 모델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시스템반도체와 장비 및 부품소재를 육성하고, 20%에 불과한 반도체 국산화율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꺼지지 않는 엔진이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기술적 근간으로 반도체신화를 이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설성인기자 siseol@
※권오현 사장 사진은 오늘 사진부에서 넘어온 사진을 쓰면 될듯. 김종갑 사장 사진만 첨부
◆권오현·김종갑 사장, 좋은 기업 있으면 사겠다 한목소리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스템LSI업체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사장은 반도체산업 통합협회 출범식 및 발전전략 보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업체의 인수나 협력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CMOS 이미지센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 트랜스칩을 인수했다”며 “언제 (인수)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는 늘 열려있고, 또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사장 역시 “우리가 갖고 있는 않은 분야는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지금도 우리가 지분을 인수해주길 바라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공고한 협력을 위해 (협력회사의) 지분인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사장은 하반기 반도체 시황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권 사장과 김 사장은 “D램은 가격이 회복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 시황은 아직 불투명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1분기보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적 개선에 따른 투자 확대 여부에 대해 권 사장은 “올해 세워놓은 계획대로 집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문정기자 mjjoo@
◆시스템반도체 강국들은
미국과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강국이다. 미국은 민간주도로, 대만은 정부주도로 산업생태계를 형성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미국은 대학·연구소를 주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원천기술개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벤처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M&A를 통한 신기술 확보에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산업체 요구에 필요한 실무경험을 갖춘 우수인력이 공급되는 여건도 장점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분업화, 전문화된 산업구조와 더불어 막대한 해외자금 유입으로 자본력도 탄탄하다.
대만은 1970년대부터 정부가 주도해 기술도입,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세계 2위의 팹리스 강국으로 부상했다. 정부가 핵심 전략을 세우고 기술을 확보, 외국의 선진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해외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실리콘밸리 과학기술자 12만명이 귀국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또 정부가 VC로서 산업발전을 위한 투자에 나서면서 전후방 산업 간 투자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업계 간 협력도 미비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없었던 우리나라로선 두 나라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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