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미래인터넷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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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서울에서 인터넷의 미래를 주제로 OECD 정보통신장관회의와 많은 관련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인터넷과 관련된 정치·경제·사회의 여러 문제가 논의됐으며 인터넷의 발전방향과 정책 발표문도 채택됐다.

 이제 인터넷은 현재와 미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시설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인터넷 기술과 거대한 인터넷 산업은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과 모바일 응용을 앞세워 유럽과 아시아가 시장을 키워가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미국이 이렇게 인터넷 기술과 산업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수한 인력에 의한 창의적인 인터넷 원천기술 개발, 이를 지원하는 미국 정부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인터넷 연구개발 정책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인터넷 신산업이 탄생하기 쉬운 기업환경을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미래인터넷 기술개발 열기가 매우 높다. 현재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그리고 통신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구축 중인 차세대네트워크(NGN)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터넷을 개발해 점진적으로 현재의 인터넷을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네트워크가 지니고 있는 보안·확장성·관리·품질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몇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원천기술 개발에 미국·유럽에서 대규모로 착수했다. 일본도 최근 신세대 네트워크로 명명한 미래인터넷 개발을 시작했다.

 이들이 이처럼 미래인터넷에 집중투자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은 인터넷 기술과 산업을 향한 다른 나라의 거센 도전을 자국이 보유한 앞선 기술력으로 헤쳐나가고자 하는 것이며, 유럽과 아시아는 미래 인터넷에서만큼은 미국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래인터넷의 국가적인 전략과 어젠다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인터넷은 단순히 네트워크 장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응용·콘텐츠·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망라한 복합산업이다. 한국의 강점인 모바일 응용·셀룰러 통신·휴대단말기 기술을 미래인터넷에 접목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기술로 제시하면 세계를 주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IT산업, 특히 인터넷 관련 산업은 국제 경쟁력이 미약하며 기술기반도 취약하다. 인터넷을 지탱하는 후방산업인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면 한국의 산업사정은 더욱 나쁘다. 앞으로 서비스·단말기·네트워크가 더 빨라지고 다양해지면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래인터넷 전략 중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확립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지금 선진국의 기술개발 계획을 살펴보면 100여개의 연구그룹을 동시에 가동해 앞으로 수년 사이에 미래인터넷 핵심원천 기술을 대부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인 미래인터넷 기술경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인터넷 전략이 시급성을 요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미래인터넷에는 고도의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인터넷의 주요 발명은 20대의 어린 대학원생이나 젊은 과학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이 이룩한 발명들은 이후 거대한 산업을 탄생시켰으며 지금도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 토양을 만드는 것 또한 한국의 미래인터넷 전략에 포함해야 할 주요 항목이다. 세계 일류 기술개발은 세계 일류의 연구환경·개발체계·인력·지원시설을 필요로 하고 이는 세계 일류의 전략 아래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최양희/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한국정보과학회장·미래인터넷포럼 의장 yh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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