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왜 한국이냐`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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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 나가 펀드 자금모집을 할 때마다 듣는 소리가 ‘와이 코리아(Why Korea?)’다.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인구, 시장, GDP 성장률이다. 중국·인도·베트남은 많은 인구와 거대한 시장, 10%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벤처캐피털 투자자가 보기에 매력적인 투자처다. 그럼 한국은 뭐가 있나. 인구가 4800만명에 실물시장도 경제규모(이코노미 스케일)가 나오지 않는 작은 시장이다. 회수시장은 또 어떤가.

 벤처기업의 가장 큰 회수시장인 코스닥은 규모 면에서 코스피 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며, 코스닥 시장의 기업공개(IPO) 시가총액도 2008년 1분기 기준으로 평균 416억원(전년 평균 631억원) 수준으로, 벤처캐피털의 회수시장 기능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인 시장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래 서브 프라임으로 인한 신용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의 IPO 밸류에이션은 전체 시장 평균치에 비해 하락폭이 크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자금 모집 고충을 겪으며 그 돌파구로 사모펀드로 이동하거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국내 벤처캐피털마저 외면하고 있는 IT 산업은 참으로 한국의 향후 경쟁력을 생각할 때 암운이 드리워져 있는 상황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Why Korea?’에 답할 차례다. 그럼 거의 모든 국내 벤처캐피털이 해외로 엑소더스를 외치며 벤처캐피털의 공동화 현상을 보이려고 하는 지금 IDG는 왜 국내로 눈을 돌려 투자를 개시했는가. 그것은 국내 벤처캐피털의 한계, 즉 실물시장 규모와 코스닥의 한계를 뛰어넘으면 한국에서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IT 기업들도 세계화에 눈을 돌리고 있고, 벤처기업 설립도 국내의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조세천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나라별로 자회사를 만들어 해당국가에 비즈니스를 맡기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글로벌 벤처기업들은 글로벌 벤처캐피털에서 투자유치를 받아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국내 벤처캐피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글로벌화에 관심 있고 경쟁력 있는 벤처 기업들을 발굴해서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는 중국을 포함한 화교 문화권에 진출하도록 벤처캐피털이 지원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충분한 수익성 확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 외국계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유치한 국내 게임업체 ‘N’사와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하고 2006년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후 국내로 재진입해 ‘H소프트’까지 인수한 T사 등의 사례는 비슷한 성공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정부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빨리빨리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망 그리고 부가 산업인 온라인게임 산업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우수한 IT 인프라는 쉽게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IT 인프라를 갖고 있는만큼 국내 벤처기업들에 적극적 투자와 함께 해외 진출을 지원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벤처캐피털사들이 최근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오덕환/IDG 벤처스코리아 대표파트너 doh@idgv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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