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버테러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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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kurahundi’는 ‘우기 전에 내리는 때이른 비’를 가리키는 짐바브웨 토착부족 쇼나족의 말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짐바브웨 정부와 반정부세력 간 내전에서 발생한 양민학살을 빗대는 단어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 정체불명의 해커가 짐바브웨 국영일간지 헤럴드의 웹사이트를 마비시키고 초기 화면에 ‘Gukurahundi’라는 글자를 남긴 사건이 해외 주요 외신에 잇따라 소개됐다. 짐바브웨 정부를 규탄하는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Gukurahundi’ 사건은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의 내분을 우리가 주목하게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지난해 4월에는 에스토니아 정부와 언론·금융 사이트가 해커들의 공격으로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에스토니아와 갈등관계에 있던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고 발칸반도는 한동안 외교분쟁에 휩싸였다. 당시 사태로 에스토니아가 입은 유형·무형의 경제적 손실은 웬만한 물리적인 소요사태로 입은 피해보다도 크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이버 냉전이라는 용어가 회자된 것도 이때부터다.

 명분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명제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사이버 테러에 대한 국제 여론은 차갑다. 그러나 사이버 테러가 인명 살상이나 건물 파괴 이상에 버금가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강대국들은 하나 둘 슬그머니 사이버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은 심지어 공군 내에 사이버부대를 창설하면서 필요하다면 방어뿐 아니라 선제공격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두고 정부 전복을 꾀하는 세력에 의한 조직적인 인터넷 선전선동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해외의 어떤 사이버테러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내공(?)을 지닌 셈이니 오히려 안도해야 할지 모른다.

 조윤아기자<국제부>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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