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할인요금제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이통사업자 간 ‘요금제 베끼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가족할인요금제, 단말기할부요금제 등 각 사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요금제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서로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업자는 이통 업계의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요금 관련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텔, KTF 서로 “베꼈다”= 이통 1·2위 사업자 SK텔레콤과 KTF는 ‘단말기할부요금제’ 및 ‘단말기할부+요금할인제’ 등을 서로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T 측은 3일 단말기할부요금제에 요금구간별 할인요금제를 더한 ‘T더블할인’이 방통위에서 요금약관 심사를 받는 동안 KTF가 똑같은 구조를 가진 ‘쇼킹스폰서 골드형 요금제’에 대한 약관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SKT의 CDMA 요금은 방통위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에 비해 KTF는 신고만으로 요금제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금제를 먼저 구상하고도 실제 시장에 먼저 내놓을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KTF 쇼킹스폰서 골드형 요금제 중 ‘쇼무료250/350’은 SKT의 T더블할인요금제 중 ‘T무료 250/350’과 기본료, 할인액, 단말기 할인폭 등이 완전히 동일하다.
SKT 관계자는 “신규 요금제를 먼저 개발한 업체가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요금제를 있는 그대로 카피한 후 먼저 개시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며 “CDMA가입자는 T더블할인 혜택을 못받는 차별을 받게되자 경쟁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사례가 발생해 손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F는 모방 주장은 터무니 없으며 오히려 SKT가 베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KTF 측은 쇼킹스폰서의 경우 출시 때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골드형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SKT의 T할부지원프로그램은 KTF가 올초 선보인 쇼킹스폰서를 모방한 할부기간별 단말기 할인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이통사 “요금 관련 정책 손질 필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요금 관련 정책에 관해서는 모두 불만이다. SKT는 “옛 정통부에서는 2003년 말 사업자 간 동일한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 때 최소한 3개월 후 출시하도록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동일한 잣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해 적용되는 요금인가제는 경쟁을 막고 있기 때문에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KTF는 “지난달 제출한 쇼킹스폰서 골드형 관련 신고에 대해 방통위가 아직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KTF의 의무약정제 약관 신고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KTF는 최장 3년까지 의무약정제를 신고했지만 방통위의 조정으로 24개월로 축소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완용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유사요금 3개월 유예 행정지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면서 “특히 선발사업자가 내놓은 요금제에 대해 후발사업자가 유사하게 출시했을 때 3개월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한 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또 “장기적으로 요금인가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지혜기자 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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