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뉴욕에 있는 유엔빌딩 내 하마슐드 도서관 강당에서 국제 콘퍼런스가 있었다. ‘무역을 통한 평화와 안정’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 행사는 세계무역센터협회(WTCA)가 주최했다. 올해가 두 번째로 첫 번째 회의는 작년 5월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장소인 노르웨이의 오슬로 시청에서 있었다. WTCA가 평화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테러 때문이다. 당시 수천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 중 많은 사람이 90여개의 나라에서 온 무역상사 직원들로 그들은 자국의 경제발전과 자사의 무역증진을 위해 헌신하다 희생된 것이다. WTCA는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무역을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루고자 이러한 연중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무역 전문가 6명이 기조연설을 했는데 특이한 것은 세계 평화에서 북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 나에게 남북한 IT 교류 협력과 평양과기대 현황에 대한 강연을 부탁했던 것이다. ‘세계 평화를 향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는데 분단 한국의 현실, 남북 IT 교류협력의 중요성 및 현황, 북한의 변화, 평양과기대 설립배경, 교육목표, 학사프로그램 그리고 평양과기대와 WTCA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공동노력 방안 등을 제안했다. 160여명의 청중은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으며 콘퍼런스가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그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양과기대 교육 이념의 하나는 국제화의 실현이다. 특히 산업경영학부의 대학원생들은 국제적인 기업을 접하고 세계 무역의 흐름을 터득하는 것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미 WTCA는 평양에 무역센터를 설립할 것을 결정한 바 있으며 이 센터가 평양과기대 내에 설립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제화가 그 나라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0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16차 세계컴퓨터대회에 참석한 장쩌민 국가주석은 2000여명의 참가자 앞에서 중국이 사는 길은 IT의 발전이며 이를 위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중국의 국제화를 강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화를 지속해 이제는 우리나라를 압박할 정도로 IT 강국이 된 것이다. 중국에 가 있는 북한의 많은 IT 전문가는 이러한 중국의 급속한 발전을 보면서 국제화의 중요성을 실감하리라 믿는다.
평양과기대가 국제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2월 뉴욕필하모닉을 따라 평양에 갔던 미국의 저명한 컴퓨터기업가인 벤자민 로젠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평양과기대를 방문한 후 ‘북한에서 보낸 편지 - 한 가닥의 희망?’이라는 글을 인터넷 신문인 허핑턴 포스트에 게재했다. 최근 완성된 교사 건물 사진과 함께 평양과기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 대학이야말로 세계 여러 나라와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고, 북한의 새로운 테크노크라트를 양성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로젠은 2월에는 음악으로 시작했고 9월에는 기술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평양과기대가 개교하면 뉴욕필하모닉의 연주같이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을 암시했다. 북한의 IT 분야가 하루속히 국제화돼 중국을 능가하는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모/전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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